김건희 7시간 조사 내내 ‘혐의 부인’
도이치 통화 제시에 ‘관여 부인’ ··· “목걸이 모친 선물”
특검, 구속영장 청구 검토 ··· 신병 확보 후 조사 거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를 불러 7시간가량 조사했다.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추가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민 특검팀은 6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여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김 여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여사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오전 10시 23분부터 김 여사를 상대로 조사에 돌입했다. 중간에 휴식을 가진 김 여사는 오후 5시 46분쯤 조사를 마쳤고 2시간가량 열람한 뒤 오후 8시 52분쯤 특검 사무실을 나왔다. 특검은 “금일 예정된 신문 사항에 대해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씨를 통한 무상 여론조사 및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 순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조사에 나선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육성 통화녹음 파일을 제시하며 캐물었지만 김 여사는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고등검찰청은 지난 4월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담당하던 직원과 김 여사가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을 확보했는데 이를 제시한 것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계좌 관리자측에 40%의 수익을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단순히 계좌를 빌려줬을 뿐이다” “주가조작을 공모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 여사에게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경위를 물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명씨와 공모해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그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여사는 또 2024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과 김상민 전 검사 공천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김 여사는 “여론조사는 명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 대해서 김 여사는 “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 청탁 관계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진법사 의혹은 전씨가 2022년 4~7월 사이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건네받은 고가 목걸이와 가방을 김 여사측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 당시 착용한 6000만원 상당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는 진품이 아니고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한 모조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방 때 잠시 빌려 착용했다는 취지다. 김 여사측은 순방 당시 고가 장신구 재산 신고 누락 의혹이 일자 지인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날 조사에 김 여사측에서는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입회했다. 김 여사측은 조사를 마친 뒤 “특검측 배려로 조사가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및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사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여사에 대한 첫 조사가 이뤄졌지만 혐의를 부인한 만큼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의 진술 내용으로 볼 때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들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