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7시간 조사 내내 ‘혐의 부인’

2025-08-07 13:00:06 게재

도이치 통화 제시에 ‘관여 부인’ ··· “목걸이 모친 선물”

특검, 구속영장 청구 검토 ··· 신병 확보 후 조사 거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를 불러 7시간가량 조사했다.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추가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민 특검팀은 6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여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김 여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여사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조사 마친 김건희 여사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특검팀은 오전 10시 23분부터 김 여사를 상대로 조사에 돌입했다. 중간에 휴식을 가진 김 여사는 오후 5시 46분쯤 조사를 마쳤고 2시간가량 열람한 뒤 오후 8시 52분쯤 특검 사무실을 나왔다. 특검은 “금일 예정된 신문 사항에 대해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씨를 통한 무상 여론조사 및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 순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조사에 나선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육성 통화녹음 파일을 제시하며 캐물었지만 김 여사는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고등검찰청은 지난 4월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담당하던 직원과 김 여사가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을 확보했는데 이를 제시한 것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계좌 관리자측에 40%의 수익을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단순히 계좌를 빌려줬을 뿐이다” “주가조작을 공모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 여사에게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경위를 물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명씨와 공모해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그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여사는 또 2024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과 김상민 전 검사 공천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김 여사는 “여론조사는 명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 대해서 김 여사는 “선물을 받은 적이 없어 청탁 관계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진법사 의혹은 전씨가 2022년 4~7월 사이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건네받은 고가 목걸이와 가방을 김 여사측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 당시 착용한 6000만원 상당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는 진품이 아니고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한 모조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방 때 잠시 빌려 착용했다는 취지다. 김 여사측은 순방 당시 고가 장신구 재산 신고 누락 의혹이 일자 지인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날 조사에 김 여사측에서는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입회했다. 김 여사측은 조사를 마친 뒤 “특검측 배려로 조사가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및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사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여사에 대한 첫 조사가 이뤄졌지만 혐의를 부인한 만큼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검은 김 여사의 진술 내용으로 볼 때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들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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