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 ‘이종섭 출국’ 도피 정황 의심

2025-08-07 13:00:08 게재

법무부, 2023년 12월 8일 출금…외교부 당일 이종섭 검증 통보

이 전 장관측 “공수처 안내 절차 따라 …법무부 심의 따라 해제”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 출국’이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해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이 전 장관측은 이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안내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출국금지가 해제돼 출국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채상병 사건 수사로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된 당일, 외교부는 도리어 호주대사 임명 절차에 공식 착수한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채상병 사건 주요 피의자였던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시도한 정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외교부는 2023년 12월 8일 이 전 장관에게 호주대사로 내정됐다는 사실을 통보하면서 인사 검증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이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약 두 달 만으로, 호주대사 임명을 위한 외교부 차원의 실무 인사 작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요청에 따라 이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날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해온 공수처는 고발사건을 접수한 지 약 3개월 만인 2023년 12월 7일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금 조처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이튿날인 12월 8일 그를 출국금지했다.

특검팀은 공수처가 출국금지로 이 전 장관에 대한 본격 수사를 예고하자, 대통령실이 호주대사 임명을 통해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을 꾀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국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순직해병특검법과 채상병 사건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수세에 몰린 상황이었다.

수사를 받는 정·재계 주요 인물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뤄지면 부처 간 정보보고를 통해 장·차관이나 대통령 민정수석실 등에 즉각 보고된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다만 당시 법무부는 이 전 장관 출국금지 사실이 장·차관이나 대통령실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법무 장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외교부는 2024년 3월 4일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공식 발표했는데, 직후 그가 공수처에 의해 출국금지된 상태라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이에 출국금지를 해제해달라고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했고, 법무부는 공수처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3월 8일 출금 조치를 해제해줬다.

이 전 장관은 그로부터 이틀 뒤인 3월 10일 출국해 주호주대사로 부임했다가 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11일 만에 귀국했고, 임명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3월 25일 전격 사임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의 출금 사실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비롯해 출금 조치가 해제되는 과정에서 외압이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최근 윤석열 정부 외교부·법무부 장·차관들과 두 부처 청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섭 전 장관측은 도피성 출국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이 전 장관 변호인은 6일 입장문을 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안내해 준 절차에 따라 출국금지 해제를 위한 이의 절차를 밟았고, 법무부 심의를 통해 정당하게 출금 해제 조치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는 오직 이 전 장관 본인과 변호인이 공수처의 안내 및 지인의 도움으로 공개된 민원 절차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며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가 해제돼 호주로 전격 출국할 당시 법무부 차관, 국가안보실장과 연락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 흔적들이 포착돼 특검은 경위를 되짚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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