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통상협상으로 인한 일본경제 둔화 가능성은 ‘제한적’
일본과 미국 간의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일본 산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협상 결과 발표 후에는 일본 주가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8월 7일부터 적용된 상호관세는 기존의 관세율에 15%를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15% 관세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했던 일본정부의 설명과 다른 것이다. 이에 일본정부는 미국측에게 합의한 방식으로의 변경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되었던 자동차 관세도 지난 4월부터 적용되었던 27.5%, 8월 이후 예정되었던 25%보다 크게 낮은 15%였다. 하지만 이것도 기존 관세율 2.5%를 더한 17.5%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관세의 실제 인하시기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1개월 정도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기업의 수익 악화 압력도 완화될 전망이다.
일본의 주요 자동차기업이 트럼프 관세로 인해 받는 영업이익 감소 충격은 당초 예상의 절반 정도다. 골드만삭스증권에 따르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자동차 7개사의 2025년도 영업이익은 기존의 3조4700억엔에서 1조8912억엔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 계산은 자동차 관세율 15%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만약 17.5%가 적용되면 일본 자동차기업의 수익 충격은 이보다는 다소 클 수는 있다.
자동차 등 일본기업의 수출단가가 지난 4월 이후 크게 하락해 수익악화로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관세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수출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려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철강제 현지 생산으로 경쟁국보다 유리
50%의 고관세가 유지된 철강과 알루미늄 등의 경우는 대미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일본 철강재의 대미수출은 전년동월비로 20.3% 감소했다. 다만 5월 대미 철강제 수출은 전년동월비 – 0.8%의 소폭 감소에 그쳤다.
고관세로 인한 일본 철강기업의 타격이 어느 정도 있으나 강점을 가진 고성능 전자강판(Electrical Steel), 고내열 고강도 철강재 등은 미국의 수입처가 관세를 부담하면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또한 US스틸을 매수한 일본제철의 경우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할 방침이어서 한국 중국 유럽 등의 경쟁자를 견제할 수 있게 돼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일 관세협상의 초점이 되었던 쌀 수입에 관해서는 관세율 0%의 할당물량 중에서 미국산 쌀을 늘릴 방향이며, 77만톤의 전체 무관세 수입량을 늘리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의 대미투자에 관해서는 불확실성이 많지만 당장 일본에서 거액의 자금이 미국으로 투자되고 엔화가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일본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자금 성격이 강하며 일본정부가 정부계 금융기관을 통해서 출자 융자 보증 등을 수행하는 한도를 설정한 것이다. 미국측 발표와 달리 일본정부는 민간 프로젝트를 평가해서 투자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략 민간 투자자금 90%, 정부보증 10%면 일본정부의 수익배분 몫이 10%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을 활용하면서 일본기업이 반도체 의약품 조선 인공지능 우주 분야와 공급망 안정화 등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늘릴 것이다. 이 투자협력은 각종 전략 분야에서 미일협력을 강화하고 일본기업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으나 미일 정부의 인식차에 따른 불안정성도 있다. 미국정부가 상호관세 부과 방식을 가지고 일본에게 5500억달러의 투자 사업에 대해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일본의 제조 및 연구기능이 지나치게 미국으로 이전될 경우 일본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정부는 또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 합작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총사업비 440억달러라는 막대한 자금 부담, 혹한지역에서의 파이프라인 건설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일이긴 하다. 실제로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인지도 변수다. 다만 중동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거의 없는 미국산 가스를 일본이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되면 일본의 경제안보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또 북극해 시대에 대비한 엔지니어링, 고성능 소부장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선행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본 경제둔화 영향은 연간 0.5%p 수준
미일 통상협상이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각 분야에서 세부적인 조건이나 협상을 지속하고 투자안건 등에서는 그때마다 협의를 진행할 것이다. 트럼프정부는 일본의 투자나 미국제품 수입이 부진할 경우 다시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미일 통상협상 결과 등의 진척 관리를 위해 통상 특별팀의 기능을 확충해 관세율의 재인상 논의 등을 피할 전략이다.
이와 같이 미일 통상협상의 불투명성이 남아 있지만 일단 이번 합의로 관세율의 상승폭이 어느 정도 확인돼 미국 현지 판매 및 생산계획 등을 세우기가 쉬워졌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으로 일본기업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일본경제는 작년 말의 전망에 비해 하향 수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경제가 경기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준까지 나빠진 것은 아니다.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 담당자의 7월 전망(일본경제연구센터 집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올 1~3월기 – 0.2%에서 4~6월기에는 0.01%로 미미하지만 회복해 2025 회계연도 연간성장률은 0.48%로 전망되었다. 이는 지난해 말 전망치 1%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트럼프 관세의 영향을 선반영한 측면이 강하다.
7월 23일 상호관세가 15%로 결정된 이후 발표된 분석을 보면 노무라종합연구소가 관세인상에 따른 실질경제 성장률 하락 효과를 – 0.55%p, 다이와종합연구소가 – 0.5%p, 이토추종합연구소는 – 0.45%p 정도로 계산했다. 이와 같은 하락효과는 2025~2026년도에 걸쳐 나타날 전망이다.
7월 초순 시점에서 일본의 연구기관들은 트럼프 관세의 영향을 고려해 어느 정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이번에 결정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율 15%(17.5%)는 당시 예상보다 선방한 측면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2025년 일본경제의 실질경제성장률은 0.6% 내외가 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의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상호관세의 부과 방식을 당초 합의대로 변경하자는 일본측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일본경제 성장세가 보다 악화될 리스크는 남아 있다. 반도체 및 의약품에 대한 고관세도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트럼프 관세가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의 고조와 함께 서민층의 구매력 감소,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충격의 크기나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에 따라 일본경제도 추가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