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배우는 ‘수산물 글로벌 마케팅 전략’ 수업 현장을 가다

“개도국은 K팝스타 마케팅, 선진국엔 ‘고급 수산물’ 홍보”

2025-08-08 13:00:07 게재

해양교육 콘텐츠 개발·확산 사업 … 고교 교육 과정과 연계해 해양부문 진로탐색 관심 높여

너무 덥다. 멀게 느껴졌던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탄소중립 같은 말들이 현실감 나는 요즘이다. 북극 바다의 얼음이 녹아 생기는 뱃길을 선점하자는 북극항로도 당장 준비에 나서야만 할 것 같은 날씨다.

미리 준비하면 좋지만, 궁해지고 급해야 일이 시작되는 것도 맞다. 바다의 가치가 아무리 중요해도 배우는 학생, 교육이 시행되는 학교의 입장에 서지 못하면 당위성만 커지는 법이다. 지금까지의 해양교육이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해양과학과 수산물마케팅, 두 부분으로 나눠 ‘학교에서 통하는’ 해양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와 내일신문이 의기투합했고, 해양수산부가 힘을 더해준 ‘해양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의 과정을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

“노르웨이는 깨끗한 바다, 캐나다는 크고 거친 바다를 보여주고 일본은 문화와 맛을 강조해요. 이런 나라들과 비교해서 한국이 우위에 있는 게 뭘까요. 1인당 수산물 소비량과 양식어업 생산량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양식어업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소비자들도 이렇게 생산된 수산물을 건강하게 소비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한기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외시장분석센터장의 말이다.

한 센터장은 “저성장 고물가 때는 변덕스러운 소비자가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진다”며 “이런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서는 작은 샘플을 나눠주는 전략이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태국에 출장 갔을 때 수협 관계자에게 ‘요즘 한국 수산물 좀 팔리시나요’ 물어보니까 ‘샘플이라도 주면 좀 팔릴 수 있을까’ 하셔서 소름이 돋았다”며 “결국 우리가 이론 학습을 하고 여러가지 방법론을 적용하는 이유는 모두 미래 소비 경향을 예측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고품질 단백질 = 7월 10일 오후 서울 잠실고에서 진행한 ‘수산물 데이터로 배우는 글로벌 마케팅 전략’ 수업의 한 장면이다. 고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해양교육 수업 모델을 해양과학과 해양경제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개발하고 확산하기 위해 개설한 수업이다. 한국해양재단 ‘해양교육센터’와 내일신문이 주관하고 해양수산부가 주최했다. 해양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또 해양 진로에 대한 고교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해양경제 수업 콘텐츠는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들과 고교 경제 및 사회 교사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한 센터장이 교재를 책임 집필을 했고 허 균 교사(서울 영동고)와 백형석 교사(서울 대원여고)가 자문으로 기획단에 참여했다. 총 8시간, 3회차의 표준 수업안이 마련됐다. 이론과 실습 6시간, 탐구보고서 발표 2시간으로 구성했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수산물과 마케팅을 연계한 부분을 찾는 게 쉽지 않아 학생들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 잠실고에서 진행한 글로벌 수산물 마케팅 수업. 한기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외시장분석센터장의 강의로 진행했다. 사진 남준기 리포터

잠실고 수업은 9일과 10일 이틀 연속으로 진행했다. 1일차에는 △수산업의 가치 △마케팅의 이해 △수산물 소비시장 분석 등 오리엔테이션 위주, 2일차엔 △한국 수산물 수출 확대방안 △수산물 소비 활성화 방안 △브랜드화를 통한 수산물 가치 높이기 등 구체적인 마케팅 관련 수업이었다.

수산업은 ‘제2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과거 대량어획 시대에서 지금은 ‘스마트 양식’ 등 친환경 어업으로 전환하고 있고 이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어업’으로 진화할 것이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소비 경향이 강화되면 육류를 대체하는 해산물 단백질과 해조류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센터장은 이를 ‘수산물의 새로운 기회’라고 정의했다. 과거에 수산물은 ‘가격이 싼 단백질 공급원’이었지만 이제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고품질 단백질’로 주목받는다. 수산물은 건조(말리기)와 염장(절이기) 등 단순 1차 가공을 지나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산물은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원이다. 생산 유통 가공 무역 과정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지속가능한 어업활동은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고 연안수역을 보전한다. 어촌문화를 보존하고 전통 수산업을 잘 유지하면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산업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고등어 삼치, 일주일에 한번은 급식에 나와 = 수업이 끝나고 조별 발표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주제가 그냥 수산물을 맛있게 먹읍시다, 이런 게 아니잖아요. 마케팅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데 6시간 동안 듣고 어떻게 조별토론을 하고 주제발표를 했어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박사님께서 실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해주셨다”며 “첫날 데이터양이 엄청 많은 설문조사를 그래프화하는 실습을 해서 오늘 수업을 한층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 급식에 수산물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안 비슷한 게 나올 줄 알았는데, 급식에 수산물은 일주일에 몇 번 나와요?”라는 물음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나와요. 보통 고등어 아니면 삼치가 찜이나 조림으로 나와요. 가끔 가자미 튀김이 나오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조별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학생들은 연어회나 참치회는 다들 좋아한다고 했다. ‘회가 어렵다면 연어나 참치 스테이크는 어떨까’ 물었더니 모두 좋겠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노르웨이 등에서 수입하는 연어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먹는 수산물 선두권을 다툰다. 한국에서 생산한 ‘김’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아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시장을 내어주기고 하고 또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도 하는 게 글로벌 수산물 시장이다. 이 시장을 학습하고 관련한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하는 경험은 광범위한 연계 진로에서 해양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사진 남준기 환경전문 리포터·정연근 기자 namu@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