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28 신지도 명사갯길
섬의 날, 서남해 항일운동의 전초기지를 걷다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섬의 날’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들과 공감하기 위해 제정한 국가기념일이다.
올해 섬의 날 기념행사는 완도 해변공원과 신지도, 소안도 등의 섬에서 열린다. 신지도와 소안도에서는 대한민국 섬둘레길 ‘백섬백길’ 걷기 대회도 같이 진행한다.
소안도는 건국훈장 수상자 20명을 포함해 공인 독립운동가를 89명이나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지도가 소안도와 함께 서남해 항일운동의 전초기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사립 소안학교가 그랬던 것처럼 신지도 독립운동의 중심은 사립 신지학교였다. 신지학교도 소안학교처럼 독립운동가 양성의 산실이였기에 이를 불온시 여긴 일제 경찰에게 교원 2명이 체포된 후 강제폐교 당했다.
신지도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는 임재갑(1891~1960), 장석천(1903~1935) 선생 등인데 임재갑 선생은 신지도 임촌 마을 출신이다.
도산 안창호선생이 주도한 청년학우회와 구국청년계몽회에 가입해 연락 요원으로 서울과 북간도를 왕래하면서 항일운동을 했다. 비밀결사 수의위친계(守義爲親契)의 조직원으로도 활동했다.
간도 용정 대성학원 교원으로 일하며 독립자금 모집책으로 여러차례 국내를 왕래했고 또 김좌진 장군 휘하에서 무장 전투요원으로도 활동했다.
1925년 보안법 위반으로 10개월의 옥고를 치렀고 신간회 완도지회장을 역임했다. 1990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장석천 선생은 신지도 송곡 마을 출신인데 신간회 광주지부 상무간사로 활동하며 광주 학생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1929년 11월 3일에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장재성 박오봉 강석원 국채진 등과 ‘학생투쟁지도본부’를 설치하고 학생운동을 지도했다. 광주학생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항일투쟁궐기를 촉구하는 격문 2만장을 비밀리에 인쇄해 전국으로 발송하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일제 경찰에 체포돼 1년 6월의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에도 항일투쟁을 계속해 경성방직 공장 종업원들에게 항일의식을 고취하였으며, 소요 배후조종자로 체포돼 다시 2년의 옥고를 치렀다. 1990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소안도나 신지도, 완도의 항일운동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이라 해서 해방된 조국에서도 훈장이 아니라 족쇄였다. 서러운 세월을 살아온 신지도 독립운동가들이 복권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1994년에 대곡리에 신지항일운동기념탑이, 2010년에는 신지항일운동기념공원이 조성됐다. 뒤늦게 역사가 바로 잡힌 것이다.
신지도 최고 풍경은 명사십리 해변이다. 고운 백사장이 10리나 펼쳐져 있다. 섬의 동쪽 동고해수욕장도 아름답다. 수백년 전에 주민들이 모래바람을 막아줄 방풍, 방사림으로 심은 해송 300여 그루가 도열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또 하나 신지도에 가야 할 이유는 길 때문이다. 신지도에도 내내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 백섬백길 33코스인 명사갯길이다. 길은 신지대교를 건너면 나오는 강독휴게소에서 시작된다.
명사갯길은 명사십리 해수욕장 끝자락에 위치한 울몰까지 11.7㎞의 해변 길이다. 신지도는 완도 본섬과 2005년에 다리로 연결되어 뱃시간에 쫓길 염려 없이 육로로 접근할 수 있으니 더욱 편리하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올해 섬의 날 기념행사가 항일의 성지인 섬들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 깊다.
올 여름 휴가는 완도의 섬들로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섬 여행은 여권 없는 해외 여행이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