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가포르 성명’ 재이행 의지
김여정 담화 속 ‘새로운 대화 조건’ 주목…북한, 핵 보유 전제 대화 가능성
그는 “새로운 한국 정부가 한반도 전역에서 긴장을 줄이고 북한과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모두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에 헌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미국이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대화를 수용할 경우 핵 군축이나 군사적 충돌 위험 관리 등 다른 주제의 협상에는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었다.
그는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며 “그렇다면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경로를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리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문제가 미국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에 유해 송환이 중요한 항목으로 포함됐음을 언급하며 “우리는 공동성명에 담긴 원칙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협상에 나설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는 점도 부각했다.
당시 공동성명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송환 등 네 가지 핵심 합의를 담았다.
또한 베일리 대행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미 무역 합의가 양국이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강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이 지역의 경제와 안보 도전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과 공격적 행위를 억제하고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존 노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도 발언에 나섰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미국의 가장 굳건한 동맹 중 하나가 됐다”며 “한국군은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군대 중 하나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미동맹의 힘은 적대 행위의 재개를 막아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난달 31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간 통화를 언급하며 “한국 국방장관이 국민을 대신해 미국에 전한 감사와 신뢰의 메시지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여정은 담화 말미에서 “북미 정상 간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동일시된다면 그것은 우롱”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의 비핵화 프레임에만 집착한다면 북미 간 만남은 미국의 ‘희망’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싱가포르 성명’ 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북한이 내세운 ‘핵 보유 인정’이라는 조건과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나갈지가 향후 북미관계 개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