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4.25%→4% 인하
최근 인플레이션 반등
이례적 2차례 표결 끝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이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25%에서 4%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1년간 다섯 번째 인하로,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상반된 경제지표 속에서 이뤄진 균형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매우 미세한 균형의 결정이었다”며 “금리는 여전히 하향 경로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 표결을 거쳐 확정됐다. 첫 투표에서 한 명의 위원이 금리를 3.75%로 더 크게 인하하자고 주장하면서 재투표가 진행됐고, 최종적으로 다섯 명이 인하에 찬성, 네 명이 동결을 지지해 5대4로 인하가 결정됐다.
영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전달(3.4%)보다 높아졌고, 같은 기간 실업률도 4.7%로 소폭 상승했다. 영란은행은 고용시장 둔화에 따른 임금상승률 둔화를 근거로 물가가 점차 목표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으나, 2026년까지는 여전히 2% 목표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반등은 26%에 달하는 수도요금 인상, 에너지 가격 조정, 고용세 인상 등 정부와 규제기관의 결정에 기인한 바가 크다. 여기에 식료품 가격 급등이 더해지며 가계의 체감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식료품 가격은 가계의 인플레이션 인식과 기대에 과도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점진적이고 신중한’ 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세 달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해 왔으나, 이번 결정에서 강한 반대 의견이 표출되면서 향후 인하 속도는 더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 산제이 라자는 “시장에서는 올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결정 이후 파운드는 달러 대비 소폭 상승해 1파운드당 1.34달러를 상회했으며, 국채 수익률도 함께 올랐다. 이는 시장이 향후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일부 철회했음을 시사한다.
영국 중앙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마찬가지로, 고금리의 여파 속에서 냉각된 노동시장과 재차 부상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영국은 미국과 비교적 유리한 관세 협정을 체결했지만, 영란은행은 서비스업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해당 협정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은 영국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