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글로벌 자동차업계 직격탄

2025-08-08 13:00:03 게재

도요타·폭스바겐·GM·포드 16조원대 분기 손실 추산 현대차도 1조6천억 피해

7일 일리노이주 한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형 폭스바겐 자동차들이 보이고 있다. AP =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종합 분석한 결과 도요타·폭스바겐·GM·포드 등 상위 제조사들이 이미 약 118억달러(약 16조4000억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향후 피해액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도요타는 관세 부과로 2분기 영업이익이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피해액은 15억1000만달러, GM 11억달러, 포드 10억달러, 혼다 8억5000만달러, BMW 6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6억달러, 기아는 5억7000만달러 피해를 기록해 현대차그룹의 피해액은 11억7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했다.WSJ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상위 10개 제조사의 올해 순익이 전년 대비 약 2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관세 충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업계는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거나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해법이지만 두 방법 모두 단기간 실현이 어렵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필립 후쇼아 애널리스트는 “업계가 가격 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는 먼저 움직였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SNS 비판을 받을 위험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정책 변화가 제조사들의 숨통을 틔우기도 했다. 공화당 주도의 미 의회는 캘리포니아주의 강력한 차량 배출가스 규제와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을 무산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내연기관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확대나 테슬라 등 경쟁사에서 배출권 규제 크레딧을 구매하느라 부담을 안아왔다.

생산 이전은 더욱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GM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이쿼녹스와 블레이저를 2027년부터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4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늘자 유휴 전기차 공장을 내연기관차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제조사는 동일 모델을 여러 공장에서 병행 생산하지 않으며 정치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대규모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WSJ는 “관세가 아니었더라도 자동차업계는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해왔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이 흐름을 가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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