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쏘아올린 '관세폭탄' 발효
영국 10% vs 한국·일본 15% vs 브라질·인도 50% … 새로운 무역전쟁 예고
트럼프가 쏘아올린 관세폭탄이 세계 무역전쟁을 예고하며 재점화됐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약 90개국에 부과하는 새로운 관세는 한국시간으로 7일 오후 1시 1분 발효됐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18%를 넘어섰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1934년 이후 최고치라고 추산했다.
8일 백악관 홈페이지와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영국과 호주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우크라이나 등은 관세율 10%를 적용받는다.
한국과 일본, 27개 회원국가를 둔 유럽연합(EU)은 관세 15%에 합의했다. 대신 미국상품에 대한 시장개방을 약속했고, 미국에 수천억달러 이상의 투자도 약속했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19%, 대만은 20%다.
미국-멕시코-캐나다간 무역협정(USMCA)의 적용을 받지 않는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서는 35%를 부과했다. 멕시코산 제품은 25%를 적용 중이지만 90일간의 유예기간을 주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미중 양국 합의에 따라 30% 관세가 적용되지만 12일까지 새로운 관세부과를 유예했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장관은 해당시한을 90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스위스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31%에서 39%로 상향됐다. 2024년 기준 스위스의 대미국 무역흑자 규모는 약 385억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불공정무역 관행의 결과로 인식해왔는데, 스위스가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나 양보없이 합의만 기대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미국과의 협상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국가는 브라질과 인도다. 두 국가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나란히 50%라는 고율의 관세 폭탄을 맞았다.
브라질은 트럼프와 가까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모의혐의 재판 진행 등을 이유로,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구매에 따른 추가 관세를 각각 적용받은 탓이다. 이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7일(현지시간) 1시간가량 전화통화 하며 대응책을 논의했다.
브라질 대통령실은 “브라질과 인도가 다자주의 수호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한편 현재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더 깊은 통합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인 러시아 제품에 대해서는 현재 35% 관세가 적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6월 27일, 당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억달러 상당의 러시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35%로 인상하는 선언문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불공정한 무역관계를 재정비하고, 미국정부의 새로운 세수를 창출하며,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 “이러한 관세조치가 새로운 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세인상으로 많은 기업들이 수입부품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미국내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몇 주 동안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가전제품 의류 가구 등의 가격상승률이 컸다”며 “노동시장 역시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7월 고용이 급격히 둔화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새롭게 적용된 관세는 8월 7일 이전에 선박에 실린 외국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운송 중인 제품은 10월초 이전 미국에 도착하는 한 새로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내 수입업체가 가장 높은 세율이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기 전 재고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조치로 보인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