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어깃장 비난 자초한 ‘야당 패싱’ 정청래는 왜?
지지층 “내란종식 우선” 판단…구여권 심판여론도 한 몫
①협력 명분 찾다 골든타임 놓친다 ②반성없는 야당, 악수 안 해
③압도적 지지 ‘분열 없다’ 확신 ④“대통령은 일만” … 배드캅 자처
“반성하지 않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겠다” “국민의힘은 100번 해산감이라 생각한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집권여당 당 대표가 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이례적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정치 효능감을 보여달라’는 이 대통령의 당부에 ‘제1야당 패싱’을 선보인 정 대표. 그는 왜 ‘협치’ 분위기에 어깃장을 놓는다는 비난을 자초했을까.
내란관련 진상규명과 심판이 진행되고 민생경제의 위기감이 높은 상황에서 집권한 정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탄핵대선으로 출범했던 문재인정부의 한계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반성도 담겼다. 이른바 ‘개혁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검찰·언론·사법개혁 등을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로 마무리 짓겠다”고 속도감을 강조했다. 6일 당내 검찰개혁특위 출범식에서는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야당과의 협의 등을 이유로 입법 현안 등을 미루다가는 실제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본다. 정권 출범 후 첫 1년 그것도 전반기에 큰 줄기를 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내년 6월로 지방선거가 예정된 탓이 크다. 그는 전당대회에 들어가기 전 한 유튜브 채널에서 “개혁을 하지 못하면 지지층이 분노와 좌절감에 분열하게 된다”면서 “추석 전에 주요 현안을 끝내고 정기국회와 예산을 끝내고 지방선거 국면으로 가면 당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는 이 대통령 지지율로 치르게 될 것인데 대선에서 약속한 개혁이 이뤄졌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0석 의석을 갖고 뭐했느냐’는 말이 다시 나와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제1야당이 대선 패배의 수렁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제1야당이 견제세력으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당의 독주를 가속화 시킨다는 것이다. 7일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4~6일. 1001명. 가상번호 전화면접.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4.7%.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이 44%로 직전 조사보다 1%p 상승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p 하락한 16%를 기록하며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7월 2주차 조사에서 19%를 기록하며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한 이후 처음으로 20% 선이 붕괴했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새 정부 출범 이후인 6월 2주차 23%에서 시작해 조사마다 거듭 하락하고 있다. 오는 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를 놓고 찬탄·반탄으로 갈려 분란을 겪고 있다. 정 대표는 취임 인사차 야당을 방문하면서 국민의힘을 찾지 않았다.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은 “내란 과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성찰이 현재까지 없어 방문하지 않겠다는 (대표) 입장”이라고 말했다. 내란방조 혹은 동조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강공과 속도전에 따른 민주당 내부의 분열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하는 측면도 있다. 지난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61.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개혁 당 대표’를 내세워 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에서 모두 60% 이상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후 당직 인선에서도 대통령실의 의중과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을 도왔던 인사, 중간지대에 있었던 의원 등을 고루 등용하면서 경쟁 후 후유증 최소화에 나섰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당 내부의 사정 등을 고루 살펴 노련하게 당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야당 일각에서 대통령과의 차별화 등등을 거론하는데 정 대표 스스로 이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7일 민주당의 개혁신당 패싱 논란과 관련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차별화 노선’을 가져가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전략적 역할분담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 대표는 취임 전부터 “싸움은 당이 할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고 했다.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는 “집권여당은 기본적으로 강력하게 가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개혁입법을 추진하면서 가고 너무 빠르다 싶으면 대통령이 양보를 요구하고 속도조절을 주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여당을 만류하는 입장이어야지 재촉하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청래 대표가 밀어붙이고, 이재명 대통령은 숙고하는, 당이 ‘배드캅’ 역할을 맡고 대통령은 ‘굿캅’으로 일하는 역할 분담이라는 진단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