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부 ‘동시 수감’ 눈앞

2025-08-08 13:00:15 게재

특검, 김건희 영장 전격 청구 ··· “구속 요건 모두 해당 판단”

주가조작·알선수재 등 혐의 ··· 전직 대통령 부부 사상 초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하면서 두 사람이 동시에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치소에 갇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민 특검팀은 7일 오후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김 여사가 받는 16가지 의혹 중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된 내용을 중심으로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법이 정한 구속영장 요건이 다 충족된다고 판단해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검은 영장청구 사유로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헌정사상 전례 없는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상황이 발생한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내란 특검팀에 의해 지난달 10일 내란우두머리 혐의 외에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재구속돼 있다.

이번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 6일 진행된 대면 조사에서 김 여사가 혐의를 전면 부인한 데 따른 것이다. 특검팀은 그동안 수집한 여러 증거를 제시했지만 김 여사가 상반된 진술을 하면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검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법원으로부터 영장 발부를 이끌어낼 자신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 수사 전체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김건희 영장이 기각되면 특검팀 전체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며 “(민 특검팀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됐으니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 ‘증거 인멸’ 소명 주력 전망 = 김 여사가 받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가담 의혹과 관련돼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들과 짜고 2009년 12월부터 3년간 계좌 157개를 동원, 허위 주문 등으로 시세를 끌어올린 사건이다. 권 전 회장 등은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특검은 이 사건에서 김 여사를 시세조종 단순 방조자가 아닌 직접적인 개입자로 판단하고 있다 .

특검팀은 6일 조사에서 김 여사가 본인 명의 증권계좌를 담당한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여기서 40% 가져가면 나에겐 뭐가 남느냐’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을 제시하며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이에 대해 “단순히 계좌를 빌려준 것일 뿐이다”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명태균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그해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대선 이전인 2021년 7월쯤부터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여사는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하거나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특검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삼차 수수’ 녹취록 부인 =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포함됐다.

김 여사는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통일교측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각종 민원 청탁과 함께 건넨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 등 선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혐의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알선을 매개로 대가성 금품을 받거나 약속·요구한 경우 적용된다.

특검팀은 앞선 조사에서 김 여사가 2022년 7월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에게 인삼차(천수삼농축차)를 잘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 내용이 포함된 통화 녹취록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김 여사는 “전씨가 ‘잘 받았다’고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물에 대해서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특검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조사 직후에도 “특검팀 배려로 조사가 잘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영장 청구를 막지는 못했다.

한편 김 여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1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1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위증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 전 세계본부장에 대해서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구속 결정을 내렸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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