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격노’ 조태용·임기훈 오늘 재조사
‘윤, 사건기록 회수 지시’ 참고인 조사
‘이종섭 출국’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특검팀)이 ‘VIP 격노’를 목격했다고 2년만에 실토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을 오늘 동시에 재조사한다.
이들은 앞선 조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전화로 질책한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는데, 특검팀은 추가로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 등 후속 조치에도 관여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순직해병특검팀은 8일 오전 조 전 실장과 임 전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조 전 실장과 임 전 비서관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윤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 함께 참석했다.
임 전 비서관은 회의 막바지에 임성근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적시한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실장과 임 전 비서관만 남기고 나머지 회의 참석자들을 물린 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호통을 치며 질책했다고 한다.
임 전 비서관은 지난달 25일, 조 전 실장은 지난달 29일 각각 특검에 출석해 이 같은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간 ‘VIP 격노설’ 관련 사실을 부인하거나 침묵하다가 특검 조사에서 2년 만에 실토한 것이다.
특검팀은 이번 추가 조사에선 2023년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그대로 이첩한 이후 이뤄진 후속조치에 윤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당시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 수사단은 사건기록 이첩을 보류하고 혐의자를 축소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수사 외압이라고 판단하고, 같은 해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그대로 이첩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이첩이 강행된 사실을 알자 즉각 대통령실에 보고했고, 이 사실은 조태용 전 실장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됐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서 채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하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집단항명 수괴’라는 혐의로 입건해 강도 높게 수사했는데,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사건기록 회수와 박 대령 수사를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여름휴가 중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기록이첩 보고를 받은 직후 이 전 장관과 임 전 비서관,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 등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조 전 실장과 임 전 비서관에게 당시 채상병 사건 이첩을 보고한 후 윤 전 대통령의 반응과 구체적인 지시사항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부대장으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 초동 조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혐의자에서 제외됐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구명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임 전 사단장은 올해 2월 예편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특검팀은 같은 날 ‘이종섭 도피 출국’ 의혹 관련해서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4일째 강제수사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도피 출국’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장관이 채상병 사건 수사로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된 당일, 외교부는 도리어 호주대사 임명 절차에 공식 착수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채상병 사건 주요 피의자였던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시도한 정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연속 윤석열정부 인사와 정부 부처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특검팀은 지난 4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장호진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압수수색했고, 5일 법무부 청사, 6일 외교부 청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7일에는 호주 도피 의혹 수사의 일환으로 대통령기록관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