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호황에 증권사 ‘실적 잔치’…역대급 이익 증가

2025-08-08 13:00:26 게재

한국투자, 상반기 실적 1조원 돌파

미래에셋, 영업익 83%↑분기 최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실적 엇갈려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국내 증권사들이 역대급 이익증가세를 기록하며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 83% 증가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엇갈렸다.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주요 사업 부문의 성장으로 성장세를 펼쳤지만, KB증권과 하나증권은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 부담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했다.

◆해외법인 견조한 실적에 시장전망치 상회 =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1조원을 돌파했다. 연결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147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8.1% 증가했다. 순이익은 1조252억원으로 44.2% 늘었다. 2분기 영업이익은 6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매출도 6조6247억원으로 39.18% 늘었고, 순이익은 5770억원으로 68.62% 많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은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주로 증권과 운용에서 동시에 국내·외 자산에서의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과 저축은행 등에서 인식한 큰 폭의 충당금을 상쇄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대신증권 박혜진 애널리스트는 “1분기가 역대급이라고 생각했으나 2분기에 상상 이상의 엄청난 실적을 달성했다”며 “인수금융을 비롯한 PF 시장이 예상과 달리 호황이고 한국투자증권은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2개 분기 순이익 1조원 축적으로 발행어음 한도도 상향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00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3.1%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 3851억원를 30% 가까이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매출액과 순이익도 각각 7조6949억원과 4059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2.9%와 103.2%씩 늘었다.

분기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상반기 기준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사상 최대치인 10.9%를 달성했다. 자기자본투자(PI) 이익 확대로 트레이딩 부문에서의 손익이 분기 최대치인 4762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법인에서는 전분기 대비 경상이익 증가와 함께 투자 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 상승분이 반영되며 1061억원의 세전이익을 시현하며 1분기에 이어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투자목적자산도 지난 분기에 이어서 혁신기업 투자 포지션 평가 이익이 반영되면서 12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해외법인 세전이익이 1061억원으로 2분기 연속 1000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해외법인들이 견조한 성장을 보이면서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NH·신한·우리 성장…KB·하나 감소 = 국내 5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KB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의 실적은 엇갈렸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 6109억원, 순이익 46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12.0%, 10.0% 증가했다. 2분기엔 영업이익은 3219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보다 19.7% 증가했고, 매출액은 4조174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3.2% 급증했다. 특히 IB 수수료수익은 129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 경신했다. 이는 채무보증관련 수수료가 1133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 파크원 리파이낸싱(120억원)을 비롯한 채무보증 금융자문 수수료가 1분기 75억원에서 22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세운상가 셀다운 포함한 보증취급 수수료도 153억원에서 190억원으로 증가했다. PF 잔액이 1분기 2조4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증가해 2분기 수행한 딜 자체가 많았다.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의 유상증자,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은 호텔신라와 메리츠금융지주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등 대규모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반기 순이익이 2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급증했다. 수수료 수익이 IB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4166억원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아울러 자기매매 부문도 19.6% 늘어난 4189억원으로 뛰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기매매 손익 및 인수 주선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라며 “반면 판관비는 감소함에 따라 상반기 순이익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우리투자증권은 상반기 149억원의 영업이익과 1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9.9%M 348.7% 급증했다. 특히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은 4월부터 집계된 2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뛴 순이익 159억원을 기록했다. 비이자이익과 수수료 손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5%, 209.8% 오른 396억원, 158억원을 기록한 점이 주요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첫 분기 만에 회사채, 여전채, 유동화증권 등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은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40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0.73% 증가해 시장전망치(3717억원)를 9.9% 가량 웃돌았고,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4조5057억원과 3101억원으로 97.57%와 33.6%씩 늘었다. 키움증권은 2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규모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2000억원대를 기록했다

8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삼성증권과 13일 실적발표가 예정된 메리츠금융지주, 대신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대부분 좋은 성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