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알약 효능 논란, 노보에 반사이익
제프바운드가 효능 23%
릴리 주가는 14% 급락
미국과 유럽의 비만 치료제 양강 구도에서 변수가 나왔다. 일라이릴리(LLY)가 개발 중인 경구형 비만 치료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7일(현지시간) 릴리 주가는 14.2% 급락했고, 오젬픽으로 시장을 연 노보노디스크(NVO) 주가는 6.7%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미국 주사제 시장에서 최근 릴리에 밀려왔고, 릴리는 새 알약으로 장기 주도권을 굳히길 기대해왔다. 그러나 릴리는 이번 임상에서 오포글리프론을 투여한 환자의 평균 체중 감소율이 12.4%에 그쳤다고 밝혔다. 위약군 집단은 0.9% 감소를 보였다. 경구제는 애초 주사제보다 효과가 낮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릴리의 주사제 제프바운드는 평균 23%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로 알려져 시장의 눈높이가 높았다.
BMO 캐피털마켓의 에번 시거먼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최소 13.7% 수준을 기대했다고 진단했다.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승인 심사를 신청한 경구형 비만 치료제는 임상에서 약 15%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부작용도 시장 예상보다 다소 불리하게 나왔다. 릴리 경구제 투여군의 메스꺼움, 구토, 설사 발생 비율이 약간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임상 발표와 함께 공시된 2분기 실적은 호조였다. 릴리는 시장 전망을 웃도는 성적을 내고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했다. 데이비드 릭스 최고경영자는 또 한 분기 견조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제약업계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자율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받고 있으며, 미국이 다른 선진국의 낮은 약가를 기준으로 삼는 최혜국 약가 정책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릭스 최고경영자는 외국식 가격 통제를 들여오는 것은 환자와 미국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적 지표를 보면 릴리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릴리의 2분기 매출은 15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비만 치료제 제프바운드 매출은 172% 급증했고,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는 68% 늘었다. 연간 매출 전망은 종전 580억~610억달러에서 600억~620억달러로 높였다.
대조적으로 노보노디스크는 지난주 이익과 매출 성장 전망을 낮추며 시가총액 약 600억유로가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 릴리에 밀린 데다, 비만·당뇨 치료제의 복제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이날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트다르 신임 최고경영자가 공식 취임했다. 전임자 라스 요르겐센이 주가 급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BMO는 첫날부터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며, 노보의 경구 비만 치료제가 먼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을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분기 실적에서 보듯 릴리는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의 우위를 바탕으로 당분간 유리한 고지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FT 분석에 따르면 투자 심리는 흔들렸지만, 릴리의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은 임상 주요 목표를 충족한다고 보았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