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탄파<탄핵 반대> 전한길 ‘전대 소동’ 불구…반탄파 당권주자 ‘강세’
전씨, 대구 연설회서 “배신자” 소동 … 송언석 “죄질 매우 엄중”
극우 논란에 중도 이탈, 당 지지율↓… 당심, 반탄파 선호 역설
반탄파(탄핵 반대)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의 사실상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극우 논란이 거센 가운데 전당대회에서도 반탄파 후보가 ‘강세’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우 논란으로 인해 중도층 민심이 떠나 당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반탄파 새 대표가 탄생한다면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1일 국민의힘은 ‘전한길 논란’으로 뒤숭숭하다. 전씨는 지난 8일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에서 찬탄파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야유를 퍼붓는 소동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11일 오전 윤리위를 열어 전씨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징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향후 전당대회 일정에 전씨의 출입을 금지했다. 전당대회 선관위도 이날 회의를 열고 전씨 소동의 대책을 논의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전씨를 겨냥해 “전당대회에서 소란을 피우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선동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지난 대구·경북 연설회에서 전씨가 집단적 야유를 공공연히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윤리위는 전씨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조속히 결론을 내려주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찬탄파(탄핵 찬성) 당권주자들과 일부 의원들도 전씨를 비롯한 반탄파를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찬탄파 당권주자인 안철수 후보는 11일 SNS에서 반탄파 장동혁 후보를 향해 “친길계(친전한길) 후보가 맞냐, 아니냐. 전한길을 긍정하냐, 아니냐. 계엄 옹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씨는 12.3 계엄을 ‘계몽령’이라며 옹호해왔다. 안 후보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서는 “다친 사람만 없으면 계엄이 정당하다는 것은, 범죄 미수는 범죄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정말 큰일 날 소리”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전날 TV 토론회에서 “(계엄으로 인해) 누가 다친 사람 있느냐”고 주장했다.
신성범 의원은 10일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극단이 주류가 되면 다수에 외면 받아 당이 망한다”며 전씨로 인한 극우 논란을 겨냥했다. 실제 신 의원 우려대로 극우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4~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6%까지 추락했다. 창당 이후 최저수준이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꼽히는 70세 이상과 대구·경북에서도 민주당에 뒤졌다. 중도층 지지율은 11%에 불과했다. 극우 논란에 전국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이 급속히 빠져나간 것이다.
전씨를 비롯한 반탄파의 득세로 인해 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지만, 열흘 앞으로 다가운 전당대회에서는 역설적으로 반탄파 후보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민심은 전씨를 비롯한 반탄파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지만, 탄핵과 대선 패배를 겪은 당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강성 기류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전당대회는 당원 80%+여론조사 20%(역선택 방지조항 포함) 규칙으로 치러진다. 당원 표심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반탄파 후보캠프 관계자는 10일 “탄핵과 대선 패배를 잇달아 겪은 당원들 입장에서는 사실 탄핵을 초래한 찬탄파에게 표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탄파인) 김문수나 장동혁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들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22일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득표자를 상대로 26일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국민의힘 핵심당직자는 11일 “반탄파인 두 사람이 결선투표를 치르고, 그 중에서 차기대표가 나온다면 (국민의힘에서의) 추가적인 민심 이탈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밑바닥을 봐야 반등도 꾀할 수 있다’는 정치권 격언을 위안 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