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오일’ 기업들, 석유·가스탐사 전면 확대
청정에너지 전환 지연 속
화석연료 수요 지속 전망
세계 주요 석유기업들이 탐사 활동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예상보다 더딘 청정에너지 전환 속도와 지정학적 불안으로 각국 정부가 탈탄소보다 에너지 안보를 우선하면서, 향후 수십 년간 화석연료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드맥켄지는 전환 지연 시 2030년대 중반부터 매년 석유 수요가 기존 예상보다 5% 높아질 수 있으며, 2050년까지 추가로 1000억배럴 이상의 석유·가스 탐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BP, 쉐브론, 엑슨모빌, 쉘, 토탈에너지를 비롯한 ‘빅오일’ 경영진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일제히 신규 매장지 확보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제시카 치오섹 우드맥켄지 미주 탐사 연구 책임자는 “매우 큰 공급 격차가 있으며 인수합병만으로는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시추 가능 후보지뿐 아니라 접근권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BP는 2021년 이후 150억달러를 청정에너지에 투자했으나, 수익성 회복과 매장량 보충 압박 속에 올해 2월 석유·가스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3년간 40개 탐사정을 시추할 계획이며, 최근 브라질 해역에서 25년 만의 최대 발견을 포함해 10건의 주요 성과를 올렸다. 쉐브론은 심해 시추를 줄이고 비용 절감에 집중했던 기조를 바꿔, 지난해보다 1100만에이커의 탐사 권역을 확보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팔조르 셴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2050년에도 석유와 가스가 에너지 믹스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충분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신규 발견량은 50억배럴로, 이는 연간 생산량의 19%에 불과했다.다만 현재 탐사 지출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호황기 수준에는 못 미친다. 대신 BP와 쉐브론은 첨단 기술로 예산 부담 없이 탐사 효율을 높이고 있다. 쉐브론은 해저에 소형 노드를 설치해 정밀 지질 이미지를 확보하고, 인공지능으로 데이터 처리 시간을 수개월에서 수분으로 단축했다. BP 역시 아제르바이잔에서 복잡한 유정을 불과 며칠 만에 설계·시추했다고 밝혔다.
우드맥켄지의 탐사시추 부문 분석 책임자 프레이저 맥케이는 “겉으로는 광범위한 허가권을 보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당장 시추 가능한 후보지는 많지 않다”며 탐사 역량과 ‘시추 준비 완료’ 매장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