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시장 회복에 원전 기업들 줄상장

2025-08-12 13:00:02 게재

AI 전력 수요·정부 지원에

힘입어 원자력 부흥 분위기

원자력 에너지 개발 기업들이 기업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한 상장에 나서며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라이노바텀(Terra Innovatum), 테리스트리얼에너지(Terrestrial Energy), 이글에너지메탈스(Eagle Energy Metals) 등 3개 업체는 올해 말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총 5억달러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글은 우라늄 광산 자산도 보유해 기관투자가로부터 3000만달러의 투자 약정을 확보했다.

홀텍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과 ASP 아이소톱스의 자회사 퀀텀리프에너지(Quantum Leap Energy) 등도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이다. 오션월(Ocean Wall) 투자그룹의 니클라슨 최고경영자는 “이제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해 원자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 점이 특히 미국에서 투자 열기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자력 기업 주가는 AI 전력 수요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웨스팅하우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피츠버그 회의에서 미국 내 대형 원자로 10기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테리스트리얼에너지의 사이먼 아이리시 CEO는 “2025년의 원자력 기술 산업은 1995년의 기술 산업과 같다”며 “30년에 걸친 성장 주기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많은 투자자들이 이제야 에너지 선택에 대한 피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환경적으로 책임 있게 충족하려면 원자력이 불가피하다”며 “3년 전만 해도 하지 못했던 대화를 투자자들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테리스트리얼에너지는 HCM II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2억8000만달러를 조달해, 물 대신 용융염을 냉각재로 쓰는 원자로 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테라이노바텀(2억3000만달러 조달 목표)과 이글에너지메탈스도 SMR을 개발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자력 산업 특유의 ‘호황과 불황’ 주기와 건설비 초과 부담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연료 공급사 센트러스는 2014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웨스팅하우스도 2017년 조지아주 보글(Vogtle) 원전 건설비 초과로 파산보호에 들어갔다. 2023년에는 X-에너지가 18억달러 규모의 SPAC 거래를 ‘어려운 시장 상황’을 이유로 철회했다.

SPAC 시장은 2021년 항공택시, 우주 산업 등 투기적 프로젝트로 자금이 몰린 뒤 금리 상승 여파로 급격히 위축됐으나,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 SPAC 합병을 통해 상장한 29개 기업의 주가 중간값은 67% 하락한 상태다. 한 중형 헤지펀드 관계자는 “대부분의 원자력 기업이 가진 주요 자산은 주식 종목 코드와 화려한 조감도뿐이다. 불과 4년 전 전기차 SPAC에서 나타났던 양상과 다르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와의 전력 공급 계약이 잇따르면서 투자자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TD코웬의 마크 비안치 분석가는 “원자력에 대한 투자 열기는 크지만 투자 대상으로 삼고 분석할 수 있는 상장사가 너무 적다. 선택지가 늘어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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