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상기후…올 가을 말라리아 주의보

2025-08-12 13:00:02 게재

9·10월 집중 발생, 해마다 증가 추세

예방수칙 준수, 의심되면 조기 진료

폭염과 이상기후로 모기 매개 감염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말라리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는 말라리아 등 감염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 모기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예방과 조기진단을 유도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흔히 말라리아는 열대지방 방문 시에 조심해야 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폭염의 지속, 모기 생식여건 변화 등에 따라 발병 지역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초가을까지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모기매개감염병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발병 99건 가운데 9월 15건, 10월 10건 등 총 25건이 초가을에 집중됐다. 연간 발병 건수의 약 25%에 해당한다. 월별로 비교해도 8월 발생 건수(8건)보다 높은 수치다.

국내 말라리아 발생 건수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 서울의 경우 2022년 69명, 2023년 94명, 2024년 9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같은 기간 전국에서는 각각 420명 747명 713명이 발병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기는 뎅기열 일본뇌염 지카바이러스 등에 비하면 치사율 등 심각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통상 일주일, 심하면 1년 가까이 증상이 남기도 한다. 오한 두통을 동반하고 특히 고열 증상으로 감염환자를 괴롭힌다. 간과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라 합병증이 동반되면 심각한 2차 질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국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3일열 말라리아는 열대열과 달리 어린이나 고령자, 면역기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모기 다발지역 주의, 기피제도 도움 = 방역당국은 기후 변화로 모기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통제가 힘들지만 모기에 덜 물리도록 노력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당국과 서울시는 모기 예보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총 55개 디지털모기측정기를 활용해 모기 밀도를 매일 측정한다. 개체수 기온 강수량 등을 분석해 날씨처럼 예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산책 전 기피제만 뿌려도 물릴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모기가 좋아하는 어두운 색 옷을 피하고 미리 기피제만 뿌려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기피제 중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거나 방향제 수준에 불과한 것도 있는 만큼 의약외품 표시 여부 확인 후 유효성분을 비교해 사용해야 한다.

가을철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시 감염병관리과 직원이 모기 다발 지역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수년에 걸친 홍보와 시민 인식개선 작업에 힘입어 올해 발병건수가 주춤한 것은 긍정적이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시 말라리아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한 46명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10.3%p(417명 →374명) 줄었다.

예방 및 조기진단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말라리아 증가를 막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동남아 등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방문하기 전 예방약을 먹는 게 일반화됐고 해외 말라리아 발생국가나 국내 위험지역인 경기 김포 파주 등 방문 후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검사를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서울시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시민들 협조로 일시적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증상이 있을 경우 지체하지 말고 신속히 진단 받는 것이 본인은 물론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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