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 판정' 재난안전사업 35%는 오히려 예산 늘어

2025-08-12 13:00:01 게재

총액의 1% 이상 감액 원칙

나라살림연구소 "무원칙"

정부가 ‘미흡’ 판정을 내려 예산을 깎아야 할 재난안전사업 10개 중 3개는 오히려 예산이 늘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2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행정안전부 2023회계연도 재난안전사업 평가 환류 결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3회계연도 재난안전사업 252개 가운데 최종 ‘미흡’ 등급을 받은 사업은 총 39개였다. 행안부는 중앙행정기관이 추진한 재난안전사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평가한 뒤 그 결과를 다음연도 사업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각 부처는 사업 종류 후 이듬해 2월까지 자체 평가를 실시하고, 행안부가 이를 토대로 상위평가를 거쳐 결과를 최종 확정한다. 평가 결과 ‘미흡’ 등급을 받은 사업들은 원칙적으로 평가예산 총액의 1% 이상을 감액해야 한다.

하지만 연구소 분석 결과 세부사업명이 확인된 사업 34건 중 실제 감액된 사업은 24건(65%)에 그쳤다. 나머지 12건(35%)은 ‘미흡’ 평가를 받았음에도 예산이 증액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흡 평가를 받은 재난안전사업 10개 중 3~4개는 예산이 깎이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이들 사업의 평균 증액 규모는 89억원에 달했다.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은 대부분 ‘사회재난과 안전사고’ 분야 사업(69%)이었다. 이어 ‘자연재난’(15%), ‘공통 분야’(15%) 순이었다.

사회재난 분야에서는 ‘범죄 대응’ 사업 12건 중 4건이, 자연재난 분야에서는 ‘풍수해’ 관련 사업 33건 중 6건이 미흡 평가를 받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환경부의 ‘공공폐수처리시설’ 사업(196억원 증액), 해양경찰청의 ‘경비 대테러 역량 강화’ 사업(61억원 증액) 등이 있었다.

다만 필요성에 따라 예산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다. 산림청의 ‘산불방지대책’ 사업이 대표적이다. 산불 진화차량과 장비 확충, 진화대원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최근 대형 산불 위험이 커지면서 올해 약 504억원이 증액됐다.

하지만 2년 이상 연속으로 미흡 등급을 받았음에도 예산이 증액된 사업들도 있었다. 환경부의 공공폐수처리시설 사업과 소방청의 ‘소방 보조인력 양성 및 운영’ 사업은 2년째 미흡 등급을 받았지만, 올해 예산은 2023년보다 각각 196억원, 19억원 늘었다. 연구소는 “사업 평가를 예산 편성에 연계한다는 예산 환류 원칙에 어긋나는 운영”이라며 “성과평가 결과가 차기 예산 편성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엄격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