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내란 반성” 야 “사면 반대”… 진짜 속내는 다르다?
국민의힘, 조 국 사면에 “불공정 재소환” “여권 분열 씨앗” 기대
민주당, 국민의힘 ‘내란당’ 수렁에 빠져 민심과 더 멀어지길 바라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연일 “내란 반성”을 요구한다. 국민의힘은 여권을 향해 “사면 반대”를 외친다. 상대를 향한 여야의 외침은 진정성 있는 걸까.
“진짜 속내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내란 반성’보다 ‘내란당’으로 계속 머물기를 바란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사면 반대’보다 여권이 사면을 밀어붙이기를 오히려 원한다는 해석이다.
11일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과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단행한 이번 특사는 대통령 사면권 남용의 흑역사로 오래 기록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첫 특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이날 특사에 대한 비판 논평을 쏟아냈지만, 내부에서는 외려 은근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두 가지 측면에서다.
우선 조 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이 2021년 ‘조 국 사태’ 당시 불거졌던 불공정 논란을 재소환할 수 있다는 바람이다. 2021년 터진 조 전 대표 가족의 입시 비리 의혹은 20·30대를 중심으로 불공정 논란을 확산시켰다. 조 전 대표를 수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정과 상식’을 선거 구호로 내세워 정권교체에 성공했을 정도로 불공정 논란은 파괴력이 컸다. 국민의힘은 조 전 대표 부부의 특사가 2021년 불공정 논란을 재소환하면서 정국 반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SNS를 통해 “교육위원회 간사로서 조 국 일가의 입시 비리가 대한민국 교육의 공정성을 뿌리째 흔들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깊이 분노했다”며 “이번 사면은 단순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쓸어갔다”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 사면이 불공정 논란을 재소환하기를 바라는 속내로 읽힌다.
다음으론 조 전 대표 사면이 여권 분열의 씨앗이 되길 바라는 눈치다.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가 점쳐진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의 합당보다는 독자생존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독주를 저지할 다크호스로 꼽히는 것이다. 더욱이 조 전 대표는 무기력해진 친문(문재인)의 구심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11일 “조 전 대표의 존재는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왜 저렇게 쉽게 사면해줬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11일 SNS를 통해 “천하는 명청조(이재명·정청래·조 국) 삼국의 쟁탈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조 국 전 대표가 분열 양상을 빚을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다.
민주당은 연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반성”을 요구한다. 정청래 대표는 11일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되돌아가려면 내란에 대한 깊은 반성, 대국민 사과, 단죄를 위한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정상적이고 건강한 야당 파트너와 함께 민생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내란 반성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돌아오면 협치하겠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국민의힘이 오랫동안 ‘내란당’에 머물기를 바라는 기류가 읽힌다. 국민의힘이 전한길씨를 비롯한 강성보수에 발목 잡혀 ‘내란당’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여권 입장에서는 너무나 바라는 구도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내란당’ 수렁을 못 벗어나면서 당 지지율이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제1야당 국민의힘의 견제를 신경 쓰지 않고 독주할 여건이 되는 것이다.
친한계(한동훈) 인사는 11일 “국민의힘이 반탄파(탄핵 반대)와 찬탄파(탄핵 찬성)로 갈려 싸우고, 심지어 (전대에서) 반탄파 당 대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놓고 민주당은 너무 좋아 함성을 지르고 싶을 것”이라며 “정 대표가 국민의힘에게 ‘내란을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로 돌아오라’고 말하지만 진짜 속내는 ‘제발 돌아오지 말라’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