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과 관세 휴전 90일 연장
무역협상 기한 11월 9일까지
금 관세 철회로 불확실성 완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고율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CNBC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15일로 예정됐던 중국산 제품 추가관세 부과 시한은 11월 9일까지로 연장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비춰볼 때 남은 쟁점을 조율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농산물 첨단기술 에너지 금융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는 양국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인 반도체 수출규제 완화를 일부 수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와 AMD가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수출물량에 따라 일정 수수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 같은 결정은 미 행정부 내 국가안보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중 간 경제관계는 비교적 완화된 분위기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무역불균형을 문제 삼으며 각국과의 양자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및 일본과는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인하에 합의했지만 인도·브라질과는 협상이 결렬되면서 고율관세를 그대로 유지 중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금 수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SNS에 “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적어 시장 불안을 진정시켰다. 이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이 지난주 국제 금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데 따른 대응이다. 당시 뉴욕 금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3534달러까지 급등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1.2% 하락해 3357달러로 마감했다.
금은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수입 시에도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에 금을 수출하는 주요 공급국인 스위스 등은 큰 부담을 안게 되고, 글로벌 금 유통 구조에도 변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관세유예와 금 관세 철회는 무역전쟁과 금융시장 불안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부 유연성을 보인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11월 시한이 또다시 연장되거나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