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유키 아이자와 우먼인테크 아시아태평양지역 디렉터
“인공지능시대, 실행가능한 포용성장전략 시급”
기술 발달로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 완화 … 새로운 일자리 창출, 역량 강화와 재교육 필수
“디지털 기술은 전통 산업에서 기술 분야로 전환하는 여성들의 진입 장벽을 감소시켜 줄 것입니다. 문제는 기술 분야에서 참조할 만한 본보기가 부족하다는 점이죠. 여성들이 다양한 이유로 조직에 오래 남아 있지 못하거나 승진이 되지 않아 임원이 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1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만난 유키 아이자와(Yuki Aizawa) 우먼인테크(Women In Tech) 아시아태평양지역 디렉터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우먼인테크는 성별 격차 해소와 여성 기술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 비영리기구(NGO)로 전세계 45개국에 회원 25만명을 두고 있다.
금융 기술 분야에서 20년 이상 활동해온 유키 아이자와 디렉터는 “여성은 인공지능 시스템 안에서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창조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역량 강화나 재교육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우먼인테크는 2030년까지 여성·여아 500만명을 스템(STEM·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분야에 진출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STEM 분야 인재 양성이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기존 STEM에 예술(Arts)을 더한 스팀(STEAM)이 주목을 받는다.
1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여성경제회의(WEF)’에서 채택된 공동성명문에서도 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공동성명서 주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 △경력단절 여성의 양질의 일자리 복귀 지원 △스템 분야 및 디지털·인공지능 산업에서 여성 참여와 리더십 확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실천 방안을 포함했다.
유엔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약 2/3는 향후 40년 동안 생산가능 인구(20~64세)가 평균 11% 감소해 노동력 부족과 경제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평균 경제활동 참여율은 △남성 81% △여성 71%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남성에 비해 높지 않다. 인구구조 전환이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려면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늘리고 무급 돌봄의 성 격차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OECD에 따르면 노동시장 성별 격차가 줄어드는 경우 2060년까지 OECD의 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9%까지 상승할 수 있다. 또한 세계은행(World Bank)은 고용 부문 성평등 달성이 전세계 GDP를 20%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약 20조달러 이상의 규모다.
“많은 회사들이 표면적으로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실행은 기대만큼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우선 기업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등 기술이 발달할수록 원격근무 유연근무 등 여성들의 고용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날 수 있어요. 인공지능이 여성의 경제적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은 우리들의 상상의 범위에 달려있죠. 그만큼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입니다.”
인공지능은 여성에게 집중되는 돌봄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돌봄 업무를 보조하고 효율화하는 등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경력단절 없이 직장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해서 새로운 돌봄 시장이 창조될 수도 있어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돌봄 제공자들에게도 인공지능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또한 의지만 있다면 역량 강화나 재교육 등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천=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