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때늦은 사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정확히 4개월 만에 사과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10일 그는 ‘더 큰 대구를 만들기 위해 대구시장직을 사퇴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된 것을 거듭 사죄드린다’고 했다. 대선 경선 패배 후 하와이로 떠났던 그가 6월 17일 귀국한 후 지금까지 대구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
홍 전 시장이 6.3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대구시청을 떠나는 퇴임식에서 공직자들에게 ‘큰절’을 올린 날이 4월 11일이다. 그리고 그는 당내 경선에서 낙마한 뒤 4월 29일 국민의힘 탈당 선언과 함께 느닷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울시민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폭탄글을 올렸다.
대구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미래 100년 먹거리를 만들겠다며 시정을 쥐락펴락했던 그가 시장직을 내려놓은 지 1개월도 되지 않아 ‘서울시민’으로 돌아가겠다니. 그가 자주 쓰는 말대로 “참 어이없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홍 전 시장의 위세에 눌려 입도 벙긋 못했던 지역 여론주도층은 “다시는 꼴도 보기 싫다” “대구에 얼씬거리지 마라” “서울시민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여생을 보내라”며 술자리 안주삼아 험한 말들을 쏟아냈다.
국회의원 공천을 못 받은 그를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고 2021년 20대 대선 경선에 도전하도록 길을 열어준 게 대구다. 당내경선에서 윤석열의 벽도 넘지 못해 다시 패장으로 돌아왔을 때 압도적인 지지로 대구시장으로 만들어 준 게 대구시민이다. 그리고 2025년 다시 대망의 꿈을 준비할 기회와 터전을 기꺼이 내주기도 했다. 대구시민들은 ‘배알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다른 지역 주민의 비아냥도 감내했다.
그런 대구시민에게 홍 전 시장은 ‘서울시민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니 대구시민들이 배신자라고 펄펄 뛰는 건 당연지사다. 말과 글이 빠른 홍 전 시장이지만 그의 발언을 실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아픈 필화다. 그런데 이제야 대구시민의 성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간 것일까.
일부 호사가는 그의 사죄글을 보고 ‘또 대구에 기웃거릴 밑밥을 까는 건 아닌가’라고 의심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게 대구시민의 솔직한 정서다. 홍 전 시장은 앞의 사과글에서 ‘대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대구시 공직자들과 시민들이 다시 힘 모아 혁신의 주체가 되어 달라’고 했지만 이런 훈수를 들을 공직자도 시민도 없다.
홍 전 시장은 대구시장에 취임하면서 공직자들에게 “나는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가 함께 했던 공직사회도, 그와 각을 세웠던 시민사회도 이제는 정말 홍 전 시장을 ‘지나간 바람’여기는 듯하다.
최세호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