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신의 그늘…월가가 버린 주식들
AI 취약 26개 ‘고위험군’ 주식 대거 매도 … 웹개발·인력파견업 등 줄줄이 하락
하지만 AI 혁신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월가 투자자들이 AI 확산으로 타격받을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윅스닷컴, 셔터스톡, 어도비 등 웹개발·디지털 이미지·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들 3개사를 포함해 AI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6개 종목을 묶은 ‘AI 위험 바스켓’을 구성했다. 이 그룹은 지난해 말까지 S&P500 지수와 보조를 맞췄으나, 챗GPT 공개 이후 올해 5월 중순부터 지수 대비 22%포인트 뒤처지며 큰 폭의 상대적 하락세를 보였다.
퓨처럼그룹의 다니엘 뉴먼 최고경영자는 “변화의 속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며 “5년 걸릴 줄 알았던 변화가 2년 만에 현실화될 것 같다.”고 경고했다.
아직 챗봇이나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파산한 기업은 거의 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가 수천억달러를 AI에 쏟아부으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실제 주가 움직임은 이런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윅스와 셔터스톡 주가는 올해 최소 33%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이 8.6% 상승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어도비는 AI 기반 이미지·영상 생성 플랫폼 확산 우려 속에 23% 하락했다. 이미 코카콜라가 AI로 제작한 광고를 공개하는 등 변화의 물결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력파견업체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맨파워그룹은 자동화 확산 우려로 30% 폭락했고, 동종업체 로버트 하프는 주가가 반토막나며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주 매출 전망 하향 발표 직후 주가가 5거래일 만에 30% 폭락, 역대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가트너의 부진한 실적이 이미 형성돼 있던 ‘AI로 인한 산업 위기’ 우려를 한층 더 키웠다고 분석했다.
전신이 전화에 밀렸고, 마차와 채찍이 자동차에 대체됐으며,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한 CEO는 “AI가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 사무 행정, 데이터 분석 등을 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예상과 달리 AI 시대에 오히려 도약하는 기업들도 있다. AI가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는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해 2025년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한 뒤 주가가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투자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올해 증시에서 AI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나타나고 있다. 올 초 중국산 저가 AI 모델 부상으로 미국의 기술 패권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아마존은 오히려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공세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4개사는 올해 자본지출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린 3500억달러로 책정했으며, 상당 부분이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하지만 AI 취약 종목 선별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이 투자의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알파벳은 첨단 기술과 인재, 데이터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인터넷 검색 시장 지배력 방어에만 몰두하는 모습 때문에 BofA의 위험군에 포함됐다.
광고업계의 충격은 더욱 직접적이다. 옴니콤그룹은 메타가 광고 제작 전 과정을 AI로 자동화하려 한다는 관측 속에서 올해 15% 하락했고, 동종업체 WPP는 50%를 넘게 폭락했다.
HFS리서치의 필 퍼스트 최고경영자는 “AI 리스크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투자 테마”라며 “월스트리트가 명백히 불안해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냉혹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