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후공정 업체 엠코, 애플과 협력
자국내 생산 핵심축 부상 정책변화·가격경쟁 리스크
애플(AAPL)이 ‘첫 번째이자 최대 고객’으로 참여하고, 최근 4년간 6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조 프로그램(AMP) 파트너군에 이름을 올리며 온쇼어링(해외에 있던 생산설비나 공정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것) 전략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엠코의 뿌리는 1968년 설립된 한국 아남반도체다. 외환위기 당시 모기업의 부도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2000년에 미국 법인 엠코가 한국·필리핀 설비를 인수해 독립했다. 이후 미국 애리조나주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성장, 현재 매출 기준 대만 ASE에 이어 세계 2위의 후공정 업체로 자리 잡았다.
후공정은 파운드리·종합반도체제조사(IDM) 등이 생산한 반도체 칩을 절단·패키징·검사하는 제조 단계다. 엠코는 특히 2.5D,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렛 기반의 첨단 패키징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AI 칩과 고성능 GPU의 대량 양산에 필수적이다.
이 공장은 인근 TSMC(2330)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한 웨이퍼(반도체 핵심 재료인 원형의 판)를 받아 패키징·테스트한 뒤 애플 등 최종 고객에 공급하는 ‘미국산 애플 실리콘’ 공급망의 마지막 관문이 될 예정이다. 상무부와는 보조금 최대 4억달러, 대출 최대 2억달러 규모의 CHIPS법 지원 예비조건에도 합의했다.
7일(현지시간) 애플은 4년간 6000억달러를 미국 내 제조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AMP 파트너로 엠코를 포함시켰다. 코닝(GLW), 코히런트(COHR), 삼성전자(005930), 브로드컴(AVGO),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 등과 함께 엠코는 첨단 패키징 거점 역할을 맡는다.
대만 ASE는 지정학적 위험을 안고 있는 반면, 엠코는 ‘미국 본사 대형 후공정 업체’라는 희소성을 갖추고 있어 미국 내 공급망 강화 전략에서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리스크도 존재한다. 2024년 엠코 매출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으며, 중국 JCET·통푸 등 경쟁사의 추격과 가격 압박이 거세다.
고객 집중도 또한 부담 요인으로, 애플·퀄컴(QCOM) 등 대형 고객 의존이 높다. 산업 수요 측면에서는 자동차·산업용 둔화와 AI·모바일 회복 속도의 균형이 향후 실적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정책 환경 변화도 변수다. 수출 규제, 보조금 심사, 지정학적 위험 등 외부 요인이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엠코는 미국 내 첨단 패키징 인프라를 구축하고 애플을 비롯한 대형 고객과의 장기 파트너십을 확보한 만큼, 미국 공급망 재편의 핵심 수혜주로 평가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