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D-2, 우크라 전선 격화
젤렌스키 “돈바스철군 안돼”
푸틴, 회담내용 김정은 공유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양자 회담임을 재확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듣는 연습(listening exercise)”이라며 향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회담의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이다.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군의 동부 돈바스 전역 철수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러시아가 새로운 공세의 교두보를 얻게 된다”며 반발했다. 그는 영토 문제는 반드시 안보 보장과 함께 논의돼야 하며 러시아가 먼저 휴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영토 교환’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영미권 언론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 양보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미 루한스크주 대부분과 도네츠크주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은 우리가 돈바스를 떠나길 원하지만 미국이 그렇게 원한다는 인상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 북부 전선에서 불과 사흘 만에 최대 17㎞를 진격하며 포크로우스크 인근까지 접근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예비군을 투입해 방어선을 지키고 있으나, 전황은 어렵고 역동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핀란드 군사정보 분석가 파시 파로이넨은 “향후 48시간이 상황 통제의 분수령”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병력 부족과 방어 진지의 취약성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전선 압박과 함께 민간인 대상 드론 공습을 줄이며 대외 이미지를 관리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가 올여름 하루 평균 200대 이상 발사하던 드론 수가 8월 들어 78대로 급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의식한 조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회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두 정상은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바탕으로 모든 분야에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이 제공한 지원과 북한군의 용기에 감사를 표했고 김 위원장은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소련군의 기여를 언급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