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미국산 대두 수입량 4배로 늘리라고?
트럼프, ‘농업 카드’ 꺼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현재의 4배로 늘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우리 위대한 농부들은 가장 튼튼한 대두를 생산한다. 중국이 대두 주문을 신속히 4배로 늘리길 바란다. 이는 중국의 대미 무역적자를 상당히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며 “신속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12일로 만료되는 미중 관세 휴전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미국과 중국은 5월부터 90일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하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145% 관세를, 중국은 미국산에 대한 125% 보복관세를 유예해왔다. 그러나 합의가 끝나면 사실상 상호 ‘수입 금지’에 가까운 관세 장벽이 다시 부활하게 된다.
현재 중국의 대두 수입에서 미국산 비중은 약 20%로, 2016년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이전의 절반 수준이다. 당시 중국의 주요 대두 수입국은 미국이었으나, 2018년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산 대두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자 중국은 브라질산으로 대체했다.
현재 중국 대두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브라질산을 일부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의 대중 반도체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 것도, 농산물과 첨단기술을 함께 활용해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이 단기간에 대두 수출 물량을 4배로 늘리기는 쉽지 않다. 미 농무부(USDA) 8월 세계농업수급전망(WASDE) 보고서에 따르면, 2024/25 시즌 미국 대두 생산량 전망은 43억2000만부셸(약 1억1740만톤)로, 지난달보다 소폭 하향 조정됐다.
보고서가 발행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대두 선물 가격은 약 2% 상승했으나,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8월 5일 기준 대두 순매도 포지션이 약 3만 계약에 달해, 이번 상승은 수출 기대감보다는 생산량 감소에 따른 숏커버링(매도 포지션 청산) 거래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현 관세율을 유지하면 미국산 대두 구매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가을까지 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농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요구는 미국이 브라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브릭스(BRICS) 주요국을 견제하는 가운데 나왔다. 하지만 미중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두뿐 아니라 쇠고기·돼지고기·해산물·면화·옥수수 등 미국 농축산물 전반이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농업 카드가 미-중 무역전쟁의 새 협상 지렛대가 될지, 트럼프 1기 때와 같이 충돌의 불씨가 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