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삼키려는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2025-08-13 13:00:05 게재

345억달러에 크롬 인수 제안

미 법원 판결 앞두고 승부수

인공지능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구글의 웹브라우저 ‘크롬’을 345억달러(약 47조8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공식 제안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약 180억달러로 평가된 자사 기업가치의 두 배에 달하는 파격적 금액이다.

퍼플렉시티는 이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크롬을 유능하고 독립적인 운영자에게 맡겨 공익에 부합하는 반독점 해법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대형 벤처캐피털 펀드를 포함한 복수의 투자자가 이번 거래 자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제안은 미국 법원이 이달 중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 독점 해소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작년 8월 아밋 메흐타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미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에서 구글이 검색 시장 점유율 약 90%를 불법적으로 독점했다고 판결했다. 이후 지난 4월부터 해소 방안 논의가 진행됐으며 법무부는 주요 대안 중 하나로 크롬 매각을 제시한 바 있다.

구글은 매각에 대해 줄곧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피차이 CEO는 4월 재판에서 “법무부의 방안은 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DMA)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비판하며 매각이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혁신을 위축시키고 보안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은 크롬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보안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운영 주체”라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크롬은 전 세계 35억명 이상의 사용자로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크롬이 구글 검색 시장 지배력의 핵심 채널이라고 평가한다. 기본 검색엔진 설정을 통해 구글은 막대한 검색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왔다.

퍼플렉시티는 2022년 설립된 샌프란시스코 기반 AI 검색 스타트업으로 최근 자체 AI 브라우저 ‘코멧(Comet)’을 일부 사용자 대상으로 출시했다. 이번 인수 제안에서 퍼플렉시티는 크롬과 함께 오픈소스 프로젝트 ‘크로미엄(Chromium)’을 유지·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본 검색엔진은 구글로 두되, 사용자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제안이 실제 인수 가능성보다는 법원에 ‘유력한 매수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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