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산운용 ‘빅3’, 유럽 시장 석권

2025-08-13 13:00:04 게재

10년새 운용자산 123%↑

저비용 ETF로 승부수

블랙록과 뱅가드를 필두로 한 미국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운용자산을 두 배 이상 불리며 현지 경쟁사들을 크게 따돌렸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조사기관 ISS 마켓인텔리전스를 인용해 블랙록, 뱅가드, JP모건자산운용 등 미국 펀드그룹이 5월 말 기준 유럽과 영국에서 4조9000억달러를 운용했고 전했다. 2014년 2조2000억달러에서 123%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영국 운용업계의 운용자산은 1조2000억달러에서 2조달러로 67% 증가했고, 프랑스는 8700억달러에서 1조5000억달러로 72% 늘었다. 스위스와 독일은 각각 1조4000억달러로 약 2배 성장했다. 이번 집계는 머니마켓펀드, 재간접펀드, 사모상품은 제외됐다.

올리버와이만의 후 반 스티니스 부회장은 “미국계와 대체자산 운용사가 주도하는 슈퍼리그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핌코의 매니 로만 CEO는 “지수 추종 투자 확산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며 “미국 시장의 뒷받침이 없는 유럽 중견 운용사들의 전망은 어둡다”고 경고했다.

저비용 지수추종 상품의 인기가 미국 대형사 성장을 견인했다. 블랙록은 유럽에서 1조4000억달러 규모의 ETF, 인덱스펀드를 운용하고, 2009년 런던에 진출한 뱅가드는 4420억달러를 관리한다. ISS의 지네시 샤 부국장은 “미국계 3대 운용사가 유럽 내 미국 운용사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맥킨지의 펠릭스 벵거 파트너는 “미국 운용사들은 지수 추종 상품과 대체투자 등 고성장 자산군을 선점했다”며 “세계 최대 자본시장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 운용업계는 단순한 규모의 경제 추구를 넘어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뱅가드 유럽총괄 존 클리본은 “유럽 전역에서 고비용·저성과 펀드에서 저비용 상품으로 이동하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다만 UBS, 아문디, DWS 등 유럽 전통 강자들도 자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액티브 운용에서 기회를 보는 시각도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조지 개치 CEO는 “지수추종 상품의 확산으로 액티브 시장 경쟁자가 줄어 오히려 기회”라며 “모든 역량을 초과수익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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