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없었지만 ‘제2, 제3의 전한길’ 넘쳤다
국힘 연설회 또 “배신자” 고성으로 ‘얼룩’
찬탄파 조경태·김근식 나오자 연설 방해
송언석, 김건희 구속에 “별도 할 말 없다”
반탄파(탄핵 반대) 전한길은 없었지만, 그를 좇는 ‘제2, 제3의 전한길’은 찬탄파(탄핵 찬성)를 겨냥해 또 다시 “배신자”를 외쳤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두 번째 합동연설회도 반탄파의 고성과 욕설로 얼룩졌다. 국민의힘은 ‘탄핵의 수렁’에 더 깊숙이 빠지게 됐다.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PK) 연설회도 1차 연설회(8일, 대구)와 마찬가지로 일부 당원의 고성과 욕설로 난장판이 됐다.
1차 연설회에서 소란을 주도했던 전한길씨가 당으로부터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씨를 좇는 일부 당원들은 당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찬탄파 후보들이 나오면 “배신자”를 외쳤다.
1차 연설회에서 전씨로부터 “배신자”로 지목됐던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등장하자 일부 당원들은 또 다시 “배신자”를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김 후보는 “말씀 좀 드릴 수 있게 조용해 달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당원들은 더 소란을 피웠다.
김 후보는 이들을 향해 “배신자 김근식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배신자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집단이 어딘줄 아냐? 조폭 집단과 북한”이라며 일부 당원들에게 맞섰지만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찬탄파 조경태 당대표 후보가 나왔을 때도 소란을 계속됐다. 조 후보가 나오자 일부 당원들은 연설을 할 수 없을 만큼 소란을 피웠다. 조 후보는 4~5분 동안 양손을 들어 자제를 요청했지만 소동은 계속됐다.
조 후보는 “아직까지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 당에서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의힘 당원을 배신한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 “(윤 전 대통령은) 불법비상계엄으로 이 정권을 민주당에 갖다 바쳤다”며 맞섰지만, ‘제2, 제3의 전한길’은 야유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두 번째 합동연설회도 고성과 욕설로 얼룩지면서 전당대회가 통합은커녕 내분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13일 오후 대전에서 예정된 충청·호남 합동연설회도 “배신자”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2일 “전한길이 한 명이 아니었다. 이제 당에는 ‘제2의 전한길’ ‘제3의 전한길’이 넘쳐난다. 당이 방향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13일 전날 구속된 김건희 여사에 대해 말을 아끼며 특검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김 여사 구속과 관련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 특검 수사가 법과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만 말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구속에 대해 “별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유 원내수석부대표는 “다만 영장 심사에서 주요 범죄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을 가지고 증거 인멸을 주장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들고, 코미디 같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명태균씨 사건 등으로 압수수색 하고서는 느닷없이 이와 관련된 증거 인멸이 아니라 엉뚱한 목걸이를 가지고 증거 인멸 유무를 논하는 것이 납득이 가는가”라며 “대한민국 법치가 후퇴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