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재정여력 취약…할 일 많은데 돈 없어 고민”
“뿌릴 씨앗 없어서 밭을 묵힐 생각하니 참 답답해”
내년 예산 편성 앞두고 민관 전문가 만나 의견 경청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국가재정여력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해야 될 일은 많은데 쓸 돈은 없고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낭비성 예산을 과감히 조정하기 위해 예산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행사에서다.
13일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최근에 국가재정이 너무 취약해져서 씨 뿌릴 씨앗조차도 부족한 그런 상황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재정이 해줘야 하는데 조세 세입이 매우 줄어 국가 재정 여력이 매우 취약하다”고 현황을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 편성을 농사에 비유하며 “지금 상태에서 밭은 많이 마련돼 있는데 뿌릴 씨앗이 없어서 밭을 묵힐 생각을 하니까 참 답답하다”면서 “그래서 씨앗을 옆집에서 좀 빌려오든지 하려고 그러니까 왜 빌려오냐, 있는 살림으로 살아야지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됫박 빌려다가 씨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빌려다가 씨 뿌려야 되는거 아니냐”면서 “그런데 무조건 빌리지 마라, 있는 돈으로 살아라, 그러면 농사를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가 성장의 마중물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의 역할을 활용하려 하지만 국가채무에 대한 부담으로 그 역시 쉽지 않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출 조정을 통해서 가용자원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비효율적인 영역의 예산 지출도 조정을 해서 효율적인 부분으로 전환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진짜 성장, 민생회복을 위해 현재 예산이 가진 문제점들을 잘 살펴보고, 절감할 수 있는 것, 전환할 수 있는 것, 또는 효율적인 부분을 어떻게 늘려서 진짜 성장을 이뤄낼지 등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예산 관련 민간 전문가와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민간에선 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석진 명지대 교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등 예산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정부에서도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 예산 관련 담당자들이 총출동했고,농림부·산업부·복지부·국토부·중기부 등에서도 예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이 참석해 민관의 의견을 경청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이날 간담회 취지에 대해 “기재부 플랫폼을 통해 혹시 낭비성 예산이 있는지 시민 참여를 통해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 의사를 많이 반영하는 예산 편성이라는 개념으로,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예산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낭비성 예산에 대한 지적을 여러번 해 왔다. 지난달 15일 국무회의에선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만만치 않고, 민간의 기초 체력이 많이 고갈된 상태”라며 “내년에도 정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는 관행적이거나 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예산, 낭비성 예산들을 과감하게 정비, 조정하고 국민 의견을 예산 편성 과정에 폭넓게 반영해 효율적인 예산 편성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국무회의 후속조치로 ‘국민참여예산 플랫폼(mybudget.go.kr)’을 만들어 7월 15일부터 25일까지 국민제안을 접수했다. 내년 예산이 회복과 성장의 실질적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재정의 적극적 역할 강화가 요구되는 만큼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 추가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