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보험’ 지급액 지역마다 천차만별
보험료·보장범위 설계 따라 편차 커
“단기간 수율만 따져선 안돼” 주장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화재 등 각종 재난 피해가 속출하면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안전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재난이나 사고에 대비하려는 취지로 운영하는 공공보험인데 실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시민안전보험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고 지자체마다 보장내용과 지급금액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3일 행전안전부와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28개 지자체가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했다.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가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해당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모든 주민을 자동으로 가입시키는 공공보험이다. 재난·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 후유장해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 화재 자연재해 사회재난 등 보장범위는 보험료 등 계약조건에 따라 지자체별로 다르다.
올해 3월 경북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거주하는 지자체에 따라 보상금이 다르다. 화재·자연재해 사망, 폭발·화재·붕괴 등에 안동시와 영덕군은 최대 2000만원을 보장하지만 인근 영양군은 자연재해 사망과 폭발·화재·붕괴 사망사고에 5000만원까지 지급한다. 같은 산불 피해자라도 거주지에 따라 보상액이 최대 30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실제 지자체가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서울 성동구의 경우 보험료가 타 자치구에 비해 월등히 많지만 지급액은 그보다 많다. 보험료는 올해 4억3000만원인데 지난해 지급액은 5억2000만원, 2023년 지급액은 4억2000만원이었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해 10억4000만원에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올해 7월까지 지급액은 25억4000만원이다. 보험금 대비 250%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시민안전보험 가입기간은 1년이지만 청구기간은 상해일로부터 3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지급액은 더 늘 수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보장범위를 수원시에서 전국으로 넓히고 포괄적 상해 의료비 지급대상에 사유지까지 포함하면서 지급액이 늘었다”며 “이를 고려해 올해는 보험료를 23억7000만원으로 높여 계약했는데 지금까지 지급액이 9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달 기준으로 2억원가량 더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신청건수가 1년에 한건도 없는 지역도 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33개 지자체 가운데 17개 지자체의 보험금 지급건수가 5건 이하였고 지난해 대전 동구와 충북 증평군, 경북 울릉군의 지급 실적은 전무했다.
지급 실적이 저조한 지역과 지급액이 보험료를 상회하는 성동구나 수원시의 가장 큰 차이는 ‘포괄적 상해 의료비’ 항목여부다. 이들 지자체 관계자는 “포괄적 상해 의료비는 그냥 접질려 넘어지거나 집에서 전등을 교체하다가 낙상한 경우에도 일정 금액을 지급해줘 매년 신청건수가 수천건에 달할 정도로 많다”며 “농기계사고나 강도상해 등 보장항목이 단체상해형인 곳은 실질 지급률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지자체마다 시민안전보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간의 보험금 지급률만 따져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광명시에서 최근 발생한 아파트 화재 피해자들 가운데 사망자는 최대 2500만원, 화상 등 피해자는 등급에 따라 1000만원까지 배상받을 전망이다.
용인시의 경우 최근 가평에서 캠핑을 하다 폭우에 희생된 용인시민과 유가족에게 시민안전보험을 통해 최대 1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시민안전보험이 예기치 못한 재난 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 경우다.
광명시 관계자는 “보험료가 5000만원인데 아마 올해 몇년치가 회수될 것”이라며 “당장 보험금 지급율만 따지기보다 사고가 없는 게 낫고 재난 시 보험이 최소한의 안전망 기능을 한다면 의미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태영·김신일·이제형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