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반등에도 9월 금리인하 기정사실화…빅컷 주장도 나와
관세 효과 '애매' … 선물시장 인하 확률 ‘94%’
트럼프·베센트, 파월에 금리인하 압박 강도 높여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예상 범위에 머물면서 9월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올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근원물가의 경우 아직 애매한 관세 효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선물시장에서는 금리인하 확률은 94%로 높였다. 일각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 여부보다 오히려 빅컷 여부가 관심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7월 근원물가는 3.1% 상승 =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7월 CPI는 헤드라인이 전월 대비 0.2%, 근원물가는 0.3%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전년 대비로는 엇갈렸는데 헤드라인이 2.7% 상승하며 전망치 2.8%를 하회했고, 근원물가는 3.1%로 전망치 3.0%를 상회했다. 헤드라인의 전월 대비 상승률(0.2%)을 4대 항목의 기여도로 나눠 보면 주거비를 포함한 서비스(0.22%p)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휘발유 가격(-2.2%)을 필두로 에너지 가격이 전월비 -1.1% 하락하고, 가정용 식료품 가격도 전월비 -0.1%를 기록하면서 헤드라인 물가 상승을 제한했다.
이번 소비자물가는 관세 비용 전가와 이에 따른 상품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주요했지만, 실제 물가 상승은 대체로 서비스 부문에서 나타났다. 주거비(전월비 0.2%)는 비교적 안정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항공료(4.0%)를 중심으로 운송 서비스 가격이 전월비 0.8% 증가했고, 의료 서비스 비용도 치과, 병원 진료비 인상 등으로 인해 전월대비 0.7% 상승했다.
◆아직 관세발 영향 크게 나타나지 않아 = 이번 소비자물가가 예상 수준으로 오르면서 관세 발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관세 발 소비자물가 상승은 시기의 문제일 뿐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모두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관세는 이미 부과되고 있고, 수출업자와 수입업자는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혹은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과 무관한 서비스 물가의 부담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어 물가 상승 리스크 해소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국면”이라며 “CPI보다 주거비 비중이 낮고 의료비 비중이 높은 PCE 디플레이터(미 연준의 2% 물가 목표기준)의 상승 추세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고, 관세에 이어 서비스물가가 추가 변수로 등장할 경우 물가 해석에 대한 미 연준의 고민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금리인하 굳히기 = 관세 발 물가 상승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부담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폭이 과도하지 않다면 미 연준은 9월 FOMC부터 금리 인하 경로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자산시장은 9월 금리인하 굳히기에 나섰다. 미 연준의 금리정책을 반영하는 2년 국채금리는 하락했고 9월 FOMC 회의 금리인하 확률은 94% 수준을 상회했다.
7월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인하 압박과 동시에 빅컷(50bp 금리인하) 요구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의 9월 금리인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금리인하를 선반영 중인 금융시장 기대감과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등을 고려하면 9월 금리인하를 미 연준이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향후 발표될 고용지표 내용에 따라서는 미 연준이 지난해 9월과 유사하게 빅 컷을 고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금리인하 압박 거세져 “9월에 0.5%p 내려야” =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연준을 향해 0.50%p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노동부가 지난 5~6월 고용 증가 수치를 대폭 하향 조정된 점을 언급하며 “원래 (제대로 된) 수치가 있었다면 6월이나 7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을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품질이 낮다는 점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7월 CPI가 환상적”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대규모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금리인하를 촉구했다.
◆코스피 장초반 3200선 회복 = 한편 13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예상치에 부합한 미국 물가지표에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상승해 장 초반 3200대를 회복했다.
이날 오전 9시 23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18.69포인트(0.59%) 오른 3208.60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35.49포인트(1.11%) 오른 3225.40으로 출발해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745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8억원, 790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은 다만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545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3.94포인트(0.49%) 오른 811.13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9.35포인트(1.16%) 오른 816.54로 출발해 상승 폭을 줄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이 613억원 순매수하고 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33억원, 52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후 안도감에 장 초반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6분 현재 전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6.2원 내린 1383.7원을 나타냈다.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하락한 1384.0원에서 출발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