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동업’ 윤-김 부부…13년만에 동반 몰락

2025-08-13 13:00:04 게재

결혼→검찰총장→대통령 ‘동업관계’

김 V0·윤 V1 국정농단 ‘불행자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평범한 부부관계를 넘어 사실상 동업 관계였다는 게 주변의 일치된 전언이다. 김 여사는 내조형 부인이 아니라, 남편의 공적업무에 깊숙이 개입해 남편의 ‘출세’를 끌어내는 동업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유의 ‘부부 공동정권’은 전직 대통령 부부의 첫 동시수감이라는 비극적 결론으로 귀결됐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부인과 마음대로 나눈 윤 전 대통령과 남편에게 양도받은 권력을 앞세워 사욕을 채운 김 여사의 공동책임이라는 지적이다.

13일 복수의 윤석열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권 초부터 윤 전 대통령은 ‘V1’, 김 여사는 ‘V0’로 불렸다. ‘V’는 VIP의 약자로 통상 대통령을 지칭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서는 유독 대통령보다 앞선 ‘V0’가 등장했다. 김 여사의 권력 내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김 여사는 2012년 결혼 직후부터 ‘검사 윤석열’의 충실한 조언자이자 후원자였다고 한다. 윤 검사가 국정원 댓글 수사 여파로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김 여사는 사표를 쓰려는 윤 검사를 만류하면서 계속 버티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윤 검사는 꿈도 못 꾸었던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올랐다.

김 여사는 훗날 ‘조 국 수사’를 독려했다. 덕분에 윤 검사는 졸지에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김 여사는 집에서는 윤 후보의 ‘1순위 참모’였지만 정치권에서는 ‘1순위 리스크’로 꼽혔다. 결국 김 여사는 대선 직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대국민사과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집권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V1’보다 센 ‘V0’로 통했다. 대통령실에 ‘여사 라인’이 득실댔고, 여당 공천에는 ‘여사 추천’이 넘쳐났다. 이권을 좇는 업자들은 ‘여사 줄’을 찾기 바빴다. 법적 권력이 전혀 없는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사실상 공동 국정운영에 나서면서 파국을 자초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씨는 12일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남편과 자신이 인사권·공천권을 5대 5로 가지기로 했다고 나에게 말하더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법률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권력 분담을 자기들끼리 약속했다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함께 구속된 전직 대통령 부부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게 됐다. 공적 마인드가 전혀 없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자기끼리 나누고, 함부로 휘둘렀다가 참극을 초래한 것이다.

이들 부부의 오랜 지인은 13일 “김 여사가 남편보다는 (능력이) 나은 게 사실이다. 총장과 대통령이 된 것도 80%는 김 여사 공이라고 본다. 무능한 윤 전 대통령과 절제력 없는 김 여사가 큰 사고를 쳤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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