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여가·공동체 세 마리 토끼 잡았다
안양남초 후문과 호성초 앞, 보행 중심 ‘차 없는 거리’
학교 주변은 시속 30km 제한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한다지만 여전히 학교 앞 교통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면에서 안양시에서 조성한 초등학교 앞 차 없는 거리 조성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걱정거리 하나를 덜어주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안양남초와 호성초 주변에 조성된 차 없는 거리를 다녀왔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호성초 통학로 주변 차 없는 거리 ‘호성안녕길’
동안구 호계동 호성초등학교 앞 통학로가 보행자 중심의 ‘차 없는 거리’로 탈바꿈했다. 이 구간은 기존의 차량 중심 도로에서 학생과 주민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조성됐으며, 새롭게 이름 붙여진 ‘호성안녕길’은 지역 사회의 관심과 호응을 끌고 있다.
호계복합행정센터 옆 경수대로498번길부터 호성초등학교 후문까지 약 460m에 이르는 구간으로, ‘호성안녕길’로 이름붙여진 이 길은 2024년 10월 착공 후 약 9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25년 7월에 완료됐다. 총 11억 원의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이 투입되었으며, 안양시는 도보 이용의 안전성과 경관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공간을 단순한 보행로가 아닌, 아이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생활여가 공간이자 안전한 통학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반영했다.
조성된 공간에는 ▲보도블록 및 판석 포장 ▲대형 화단 및 초화 식재 ▲바닥놀이 공간 ▲벤치·조명 시설 ▲등나무 정자 등 다양한 시설이 설치되었다. 특히 기존 아스팔트 도로를 전면 철거하고, 그 자리에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공간을 조성한 것이 핵심이다.
해당 구간은 호성초등학교 학생들의 주요 등·하교길로, 평소 차량 통행과 불법 주정차로 인한 사고 위험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은 꾸준히 통학로 개선을 요구해 왔으며, 이번 사업은 그러한 주민 숙원 해결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호성 안녕길’이라는 명칭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됐다는 점이다. 안양시는 사업 추진 초기부터 주민 협의체를 구성하고, 설문조사와 회의를 통해 공간 디자인과 명칭을 결정했다. ‘호성안녕길’에는 ‘아이들과 주민이 안녕하게 걷는 길’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실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 씨(42)는 “이전에는 학교 앞이 늘 차량으로 붐비고 위험했는데, 지금은 아이도 혼자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며 “동네 분위기까지 밝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도 편하고, 우리도 앉아 쉬며 대화하는 공간이 생겨 생활이 한결 풍요로워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안양남초 후문앞 벽화와 차없는 휴식 공간
한편, 호성안녕길 이전에 2022년에는 안양남초 후문 앞 거리가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되어 주민과 학생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갈산동 안양남초등학교 후문 일대 약 210m 구간으로, 2022년 2월부터 12월까지 공사를 거쳐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됐다.
이 구간에는 디자인 보도블록과 바닥놀이(사방치기 등), 그네의자·파고라·액자형 벽화 등 다양한 놀이 및 휴식 요소가 도입됐다. 배롱나무, 감나무, 황금사철 등 교목·관목류가 계절별 풍경을 제공하며, 교통사고 우려를 불식시키는 안전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양남초 학부모 이모 씨는 “좁고 위험했던 길이 이제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학교 갈 때도 안심돼서 좋다”고 말했다.
차없는 거리와 함께 임광아파트 옹벽에는 ‘스마일’이라는 반려견을 테마로한 타일벽화도 눈길을 끈다. 스마일이라는 반려견 시각으로 바라본 갈산동의 사계절과 안양 남초등학교 학생들과의 교감을 소재로 한 ‘스마일의 새친구’라는 동화이야기로 꾸며진 벽화로, 콘크리트 옹벽이 이곳을 지나는 모든 보행자들에게 쾌적한 환경과 따스한 정서 공감을 자아낸다. 주민 박 모씨는 “지금은 날이 덥지만 가을이 되면 이곳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두 사례를 통해 안양시는 단순 통학로 개선을 넘어, 학생과 주민이 함께 누리는 다차원적 도시 공간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안양남초 후문에서는 놀이와 자연을 통한 안전 확보, 호성초 앞은 주민 협의를 통한 명명과 생활 여가 공간 조성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보행 중심 도시, 주민 중심 정책이라는 도시 계획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안양시는 향후 다른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로도 이러한 차 없는 거리 조성을 확산할 계획이며,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 모델로 발전시켜나갈 방침이다.
안양시의 ‘차 없는 거리’ 조성은 어린이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면서도, 지역 주민의 여가·소통 공간으로 진화한 성공적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사람 중심 도시’라는 비전은 더 많은 학교 인근에서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