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알래스카 회담, 휴전보다 경제 협력?
북극 개발 등 ‘해빙 시그널’ 트럼프 “전쟁 지속 시 후과”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단순한 우크라이나 휴전 논의를 넘어 북극 개발을 포함한 경제 협력 재개 논의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표면적 의제는 전쟁 중단과 휴전이지만 실제로는 양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를 포괄하는 ‘경제 해빙’이 핵심이라는 해석이 러시아와 유럽 언론에서 잇따라 제기된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우크라이나는 명분에 불과하고 북극 개발을 포함한 경제 협력이 회담의 진짜 의제”라고 보도했다. 북극은 남극과 달리 포괄적 국제협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막대한 천연자원 매장과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알래스카를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 자체가 북극 협력에 대한 상징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JD 밴스 부통령은 미국 기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북극 개발 관련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최근 유럽 각국과의 연쇄 회의에서도 밴스는 회담의 세부 안건에 깊이 관여하며 미·러 간 새로운 경제 협력 논의에 앞장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희토류 자원 공동 개발, 베링해협 해저터널 건설 등 장기 전략 사업들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유럽은 이번 회담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러시아가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경우 유럽은 국제적 논의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회담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3자 회담 개최와 휴전 이후 협상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영토 양보는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어질 3자 회담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휴전이 이뤄지면, 다음 회담은 유럽 중립국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위해 ‘안심 부대(reassurance force)’ 파병 계획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13일 워싱턴DC 케네디센터 행사에서 그는 “푸틴이 전쟁을 중단하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제재 수단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이미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우회적 압박을 시작한 상태다.
러시아에서는 이미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회담 장소로 크림반도 얄타가 거론되고 있다. 얄타는 1945년 전후 질서를 정한 ‘얄타 회담’의 상징적 장소다. 크렘린궁 보좌관 우샤코프는 “다음 회담은 러시아 영토에서 열릴 것”이라며 크림반도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