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역사상 최고 고평가된 주식

2025-08-14 13:00:01 게재

5년간 매출 5.6배 올리고

연 40% 성장해야 주가유지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가 역사상 가장 고평가된 주식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트라이버리에이트리서치의 애덤 파커 창업자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팔란티어의 기업가치 대비 매출 비율(EV/Sales)이 73에 도달했다며 좋은 공매도 기회라고 주장했다.

13일(현지시간) 기준 팔란티어의 EV/Sales는 104로, 이는 역대 모든 주식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고평가다. 팔란티어는 올해 2분기 매출 1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으며,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배에 달한다.

영업이익률과 매출 증가율을 합산한 ‘40 법칙’(rule of 40) 지표에서는 94를 기록, 엔비디아를 제외한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5개 대기업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4300억달러로, 지난 1년 순이익의 600배에 달해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나 현재 엔비디아의 고점 대비 3배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매출 기준의 가치평가가 자주 활용된다. 이 기준으로 팔란티어의 주가매출비율(P/S)은 약 120배로, 2005년 구글의 최고치였던 22배를 크게 웃돈다. 파커 창업자는 2000년 이후 EV/Sales 비율이 70을 초과한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금융업과 연매출 5000만달러 미만 기업을 제외하면 14곳뿐이었으며, 그 중 가장 큰 기업조차 팔란티어 시가총액의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기준을 낮춰 EV/Sales 비율이 30을 처음 돌파한 기업들의 이후 1년 성과를 분석했다. 이들의 주가는 S&P500 대비 평균 22% 저조했고, EV/Sales 비율은 18배로 하락했다.

팔란티어가 현재 주가를 유지하려면 2005년 구글 수준의 P/S 비율이 약 22배가 될때까지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 즉, 향후 5년간 매출을 5.6배 늘려야 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40%를 넘어야 한다. 파커는 “이는 지금까지 5년간의 고성장 속도보다도 빠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팔란티어의 경쟁력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나 엔지니어 인력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국방·정보기관의 기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고급 보안 인가를 보유해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진입장벽’을 형성했다. 이러한 강점은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고객층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성장 전망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사적으로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일부 초우량 기업만이 대규모 기업 규모에서 장기간 40% 이상의 연매출 성장을 지속했다. 이마저도 해당 성장률이 주가에 선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했다. 팔란티어처럼 주가 유지 자체가 고성장을 전제로 하는 경우, 예기치 못한 경쟁사 출현, 기업 스캔들, 경기 둔화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팔란티어 주주들이 손실을 피하려면 회사가 향후 수년간 예외적인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시스코가 차지했던 ‘거품의 교훈’ 자리를 팔란티어가 대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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