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개헌·전작권’ 어떻게…210조원 마련도 난제

2025-08-14 13:00:01 게재

이재명정부 5년 계획 임기내 추진 우선순위에

개헌 국민투표 시점 … 한미정상회담 의제 주목

이 대통령 “재정여력 취약” 재원 마련 과제로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등을 이재명정부 임기내 추진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민주당정부 때마다 거론됐던 난제들로 실제 추진 과정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 국정위가 제시한 균형발전 등 주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필요한 210조원 규모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으로 평가된다. 재원확보를 위한 증세나 정부의 지출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치적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기획위 국민보고대회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국민보고회를 열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공개했다. 5대분야 123개 과제가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정위가 마련한 안을 면밀하고 신속하게 검토해 최대한 이행하겠다”면서도 “국정위의 기획안은 확정된 정책은 아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제 성격이 강한 과제의 경우 검토과정에서 수정되거나 변경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1호 과제로 오른 개헌이 대표적이다. 이해식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장은 “87년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이 만드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헌안과 추진 계획 등 세부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그간 언급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등을 공약했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제한,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등도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 개헌시점과 관련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늦어도 2028년 총선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호 국정과제로 올린 정부여당이 문재인정부에서 무위로 끝난 개헌논의의 전례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권이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권력기관 개혁도 주요 과제에 올렸다.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집중된 권한 개혁, 군의 정치적 개입 방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굵직한 개혁 과제들을 전반부에 배치함으로써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한편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약속했다. 또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고 자치경찰제를 시범실시한 후 전면 시행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야당은 물론 해당 조직의 반발이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환수도 난제로 꼽힌다. 미군이 아닌 한국군 사령관이 전시에도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정부 때 전환이 합의됐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지연됐다. 전시에 한반도에서 한국군이 한미 연합작전을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느냐가 관건이다. ‘전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 차원을 넘어서는 구체적 일정과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8월 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반환 문제가 의제에 오를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강조한 ‘진짜 성장’ 비전의 분야별 목표도 담겼다. 인공지능(AI)·바이오·에너지로 미래성장동력 창출해 ‘1조 달러 수출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AI 고속도로 구축을 통한 산업·지역·공공서비스의 AI 대전환,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에 기반한 RE100 산단 조성 및 재생에너지의 확대 등이 망라됐다. 국가 균형발전 과제로는 ‘5극3특’ 중심의 혁신·일자리 거점 조성, 광역 교통망 연계, 행정수도 세종 완성, 국세·지방세 비율 개선 등이 담겼다. 5극3특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 체계로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로 구성된다.

미래 먹거리와 균형발전을 위한 전폭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가능한 계획인데, 민생경제 33조원을 비롯해 △인공지능(AI) 25조원 △산업 르네상스 22조원 △인구 위기 극복 17조원 등 210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원은 세입 확충으로 94조원, 지출 절감으로 116조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불황의 여파 등으로 재정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국가재정여력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해야 될 일은 많은데 쓸 돈은 없고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국가 성장의 마중물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의 역할을 활용하려 하지만 국채발행 등 채무를 늘리는 방식에 대한 부담이 적잖은 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지출 구조조정은 낭비성 지출 등이 대상이지만 실제 각 부처 단계에서 복지나 신규 SOC 등의 예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균형발전이나 민생지원 분야에 충돌할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정과제에 올린 국민성장펀드 100조원 조성도 실효성을 갖기 위한 세부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금과 민간자본을 더한다는 취지인데 투자위험이 있는 불확실성을 얼마나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한전과 같은 공기업 경영정상화에 국민 투자가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민주당은 국정기획위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대해 “당에서 든든하고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731건의 법률이 필요하다”며 “국정과제가 차질 없이 실천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제때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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