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50㎜ 극한호우에 수도권 물바다
김포·포천·인천서 운전자 사망사고
도로·철도 침수로 곳곳서 교통통제
지난 13일 오전부터 이틀째 내린 비로 수도권 일대에 피해가 속출했다. 경기·인천에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서울에서도 주택·도로 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달 영호남과 충청권을 휩쓴 극한호우가 이번에는 수도권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경기·인천에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3일 오후 12시 14분쯤 경기 김포시 고촌읍 대보천에서 ‘차량이 떠내려가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당시 김포지역 강수량은 101.5㎜에 달했다. 소방은 오후 5시 57분쯤 차량에서 80대 남성 1명을 구조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기 포천에서는 13일 오전 7시쯤 영북면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신호등을 들이받아 조수석에 있던 70대 여성이 숨지고 운전자도 크게 다쳤다. 이날 오전 7시 20분쯤에는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 1차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도로 옆 호수로 추락해 40대 운전자가 숨졌다.
이번 집중호우로 14일 오전 5시 기준 수도권 15개 시·군·구에서 500세대 733명이 침수·산사태 등을 피해 일시 대피했다. 이 가운데 274세대 432명은 학교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215세대 280명도 친인척집 등 다른 곳으로 몸을 피했다.
기록적인 비가 내리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도로와 건물 등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서울에서는 이틀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하수가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을 밀고 나오고 토사가 흘러나와 도로와 주차장을 덮는 일도 발생했다. 홍제천 중랑천 우이천 등 도심 하천의 물이 불어 도로가 잠겼고 가양대교 남단은 아예 물에 잠겼다. 강북구 우이동에서는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도로 한가운데 길이 5m 폭 2m 깊이 3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청계천을 포함해 서울 하천 29곳 출입은 13일부터 통제되고 있다. 산사태를 우려해 인근 대피시설로 이동한 주민도 200가구가 넘는다.
경보 2단계를 발령 중인 서울시는 긴급 지원에 나섰다. 반지하 등 배수 지원, 시설 안전조치 등 718건의 소방 활동을 펼쳤다. 시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공원 호수·연못 12곳에 64만톤 규모의 빗물그릇을 확보했고 빗물 20만톤을 일시 담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기도에서도 14일까지 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파주시는 파평면 눌노천이 계획홍수수위 5.1m를 넘어서자 눌노리, 덕천리 주민을 상대로 오전 3시 14분과 3시 24분 두차례에 걸쳐 파평초, 파평중학교로 즉시 대피하라는 대피명령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다행히 눌노천 수위가 내려가며 대피 명령은 오전 6시 30분 해제됐다. 연천군은 오전 5시 30분 임진강 필승교 수위가 ‘하천 행락객 대피’ 기준인 1m를 넘어서 주의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의정부역~고양 대곡역 교외선 전 구간은 지난 13일 오전 11시 35분부터 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교외선은 오는 15일 첫 열차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이번 집중호우에 대비해 13일 오후 6시부터 비상 3단계를 가동해 대응 중이다. 3단계 격상은 7월 20일 가평군 등 경기북부를 강타한 폭우 이후 올해 두번째다. 이번 비로 14일 오전 5시 기준 최대 누적강수량은 300.9㎜(파주), 최대 시우량은 105㎜(고양)를 기록하는 등 기록적인 비가 내리고 있다.
인천에서도 13일 오전 4시부터 많은 비가 내리면서 14일 오전 5시 기준 신고된 침수 피해만 426건에 이른다. 13일 오전 10시 46분쯤 동구 송현동 한 아파트 담장과 구조물이 붕괴했으며 오전 11시 20분쯤 중구 북성동1가 인천 월미바다열차역 밑에서 승용차가 침수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구 정서진중앙시장과 강남시장이 침수돼 상인들 피해가 컸다.
도로·철도 피해도 컸다. 인천 1호선 박촌역이 침수돼 13일 오전 11시 56분부터 2시간 넘게 무정차 운행됐다. 국철 1호선 주안역~인천역 구간도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 넘게 통제됐다. 이후 서행운행을 하다 2시간여 만에 통제가 풀렸다. 국철1호선 주안역~부평역 구간도 상하행선 모두 1시간 넘게 운행을 중단해야 했다. 계양구 작전동 토끼굴과 용종지하차도 2곳은 14일 오전 출근 시간대까지 통제가 이어졌다. 14일 오전 5시 기준 현재 영종도(중구 운남동) 258㎜, 계양구 계양동 250.5㎜, 옹진군 덕적면 241.9㎜ 등의 누적 강우량을 기록 중이다.
김신일·이제형·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