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부도 피했지만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부각
내년 만기 도래 차입금 5175억
독자 신용도 중요성 확대될 것
부도 위기에 처했던 여천NCC가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자금 투입으로 일단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 부담에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부각됐다. 시장에선 여전히 디폴트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여천NCC의 채무불이행 위기설이 크레딧 시장 화두가 되고 있다. 여천NCC의 자금압박은 지속적으로 이어왔으며 작년 10월 이후 공모 회사채 발행도 전혀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올해 3월 각 1000억원씩 유상증자를 통해 일시적 자금수혈을 했지만 이달 21일 돌아오는 3100억원의 디폴트 위기가 발생했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7월 말 1500억원의 자금지원을 결의하고 이달 11일 DL케미칼을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당장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낮아졌다.
하지만 여천NCC의 차입금 부담은 여전하다.
여천NCC는 올해 하반기에만 1772억원의 단기차입금, 1438억원의 회사채 등 약 3700억원의 차입금에 대응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회사채 상환 부담이 본격화된다. 내년 3월(1500억원), 5월(550억원) 7월(700억원) 등 315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장기차입금 2025억원을 더하면 총 5175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여천NCC의 현재 신용등급으로 단독 회사채 발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주주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시장 신뢰가 약화됐고, 저신용 회사채에 대한 수요도 약화된 상태다.
공모 회사채에 붙은 재무 약정도 변수다. 내년 3월에 갚아야 하는 21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에는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사채관리 계약이 붙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사유는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하향으로 부채비율 400% 이하, 담보권 설정비율 제한 등을 명시했다”며 “공모 회사채 재무비율 유지 의무인 부채비율 400%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천NCC 부채비율은 2022년 200%에서 지난해 331%로 나빠졌다. 다만 지난 3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면서 1분기 말 부채비율은 280.5%로 낮아졌다. 자본총계 역시 지난해 말 7196억원에서 올해 1분기 8577억원으로 개선됐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자체 자금 조달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현금 흐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동성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하반기 실적 추이와 향후 업황 전망, 구조조정 계획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여천NCC 채무불이행 이슈는 크레딧 시장 내 우려 업종 및 하위 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채권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업종 및 하위 등급 업체 등 소외 영역의 어려움이 지속하는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신용도 중요성도 부각됐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로 인해 계열 지원가능성에 의존 중인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제는 그룹 지원 능력 외에도 지원 의지 또한 감안 할 필요성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한 판단은 정량적 접근이 어려워 더더욱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