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김건희 첫 조사, 혐의 인정할까
특검 오늘 두 번째 조사 … 영장 내용 집중 추궁 전망
‘관저 이전 특혜’ 압수수색 … 통일교 입당 의혹 수사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구속된 김 여사를 처음으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1차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김 여사가 어떻게 2차 조사에 응할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14일 오전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여사를 광화문 특검사무실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조사는 지난 6일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여사는 지난 12일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은 이날 구속영장에 적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공천개입,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에 대해 먼저 추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김 여사측은 당일 건강 상태를 보고 출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조사에 응했다.
특검은 최장 구속 기간 20일 이내에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하기 때문에 이후에도 여러 번 불러 각종 의혹에 대해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관저 이전 의혹 압수수색 = 특검은 김 여사 구속 이후 ‘대통령실·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건진법사 청탁 의혹’ 규명을 위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특검은 13일 윤석열정부 관저 이전 등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각종 서류와 전자문서를 확보했다. 또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이전 공사에 참여한 인테리어업체 21그램과 시공업체 원담종합건설, 에스오디자인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전 국토부 차관은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역임했고,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1분과장을 지냈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2022년 10월 대통령실 이전으로 재정이 낭비됐고 특정 업체에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바 있다.
윤 정부는 또 2022년 11월 기존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새 관저로 쓰기로 하고 리모델링 및 증축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격없는 신생 업체를 쓰고 김 여사가 설립한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후원금을 낸 업체가 공사를 맡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업체 선정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부 관계자와 경호처 등으로부터 업체를 추천받아 선정했다’고 밝히면서도 누가 추천에 관여했는지 등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아 감사가 미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공사 수주 경위와 특혜 의혹에 대해 들여다볼 예정이다.
◆특검, 국민의힘 당원명부 확보 ‘불발’ = 특검은 같은 날 통일교 신도들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대거 가입했다는 의혹 규명을 위해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입당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당원명부를 확보하려 했던 특별검사팀의 첫 번째 시도는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지난 13일 오전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 수사관을 보내 입당 시점이 2021년 12월부터 2024년 4월 사이인 당원들의 명단 확보를 시도했다.
영장을 제시하고 필요한 자료를 사실상 임의제출 받는 형태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려 했으나, 국민의힘측이 500만명 당원 명부 전체를 특검이 요구하고 있고, 요청하는 자료가 특정돼 있지 않다고 반발하면서 대치 국면이 나타난 끝에 14일 오전 1시쯤 현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의 압수수색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구속하는 과정에서 통일교측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당대표로 밀기 위해 교인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려 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해당 의혹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의 내용이다.
특검은 지난달 18일 권 의원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 확보에 나선 바 있다. 특검은 기존에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통일교 신도와 국민의힘 당원 중복 의혹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권 의원은 지난달 31일 “2023년 당대표 선거를 준비하던 중 자진 사퇴한 사실은 모두가 아는 바”라면서 “통일교와 금전거래는 물론, 청탁이나 조직적 연계 등 그 어떤 부적절한 관계도 맺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있는 날 제1야당 당원명부를 털겠다는 건 빈집털이범이고, 천인공노할 야당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특검은 이미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김 여사와 관련해 불거진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의혹, 전성배씨를 둘러싼 통일교 청탁 의혹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특검은 이후 권 의원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전씨에 대해서는 오는 18일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한편 특검은 13일 전씨를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에 공천 청탁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 박창욱 경북도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아울러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추가 조사를 위해 구세현 전 웰바이오텍 대표를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집사게이트에 대한 조사도 이어갔다. 특검은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김예성씨를 이틀 연속 불러조사했다. 집사게이트는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씨가 설립한 회사에 대기업·금융회사들이 특혜를 바라고 보험성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조만간 김씨 신병처리를 결정할 전망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