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2심서도 기각

2025-08-14 13:00:02 게재

법원 “외국서 벌어진 외국인 인권침해, 대상아냐”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사건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진실규명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1부(최수환·윤종구·김우수 부장판사)는 13일 하미학살 사건 피해자·유가족인 응우옌티탄씨 등 5명이 진화위를 상대로 “신청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미학살 사건은 1968년 2월 24일 베트남 꽝낭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마을에서 전투 중이던 한국군 해병대가 135명의 주민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사건이다. 사망자는 대다수가 노인과 여성, 어린아이였으며, 사건 다음날에는 불도저에 의한 주검 훼손까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씨 등 하미학살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은 2022년 4월 진화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 2005년 12월 진화위 출범 이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 진실규명 신청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진화위는 2023년 5월 이 사건에 대해 신청인이 외국인이고 외국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권위주의 통치 시기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로 결정했다.

이에 응우옌씨 등 피해자와 유족은 “과거사정리법에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사건’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입법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권 등이 침해된 경우 이에 대한 진실”이라며 “조사 대상에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목적과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응우옌 등은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을 배제하는 것은 부당한 축소해석”이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공권력에 의해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결과적으로 민족의 정통성 확립이나 대한민국 국민의 통합에 간접적으로나마 기여할 수 있다고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법률 해석이 아닌 과거사정리법 개정이나 새로운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굉장히 비상식적이고 대한민국의 빛나는 과거사 청산 역사를 모두 근본부터 흔드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응우옌씨는 “선고 결과를 듣고 너무도 실망했다. 어째서 이런 진실에 위배되는 판결을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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