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 괜찮나…땅꺼짐·침수 속출
강북구 우이동, 5m 길이 싱크홀 발생
종로구에선 동시에 5곳서 땅꺼짐 현상
이틀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서울 지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14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번 비로 지상은 물론 지하공간 침수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반지하 35건 지하주차장 12건 등 모두 62건의 지하공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강서 은평 서대문 마포 종로 노원 도봉 강북 성북 9개 구에는 침수예보가 발령됐고 취약가구 338명이 대피했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전부터 우려됐던 땅꺼짐 사고는 현실이 됐다.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 진입로에는 폭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땅꺼짐이 발생했다. 길이 5m 폭 2m 깊이 3m가 넘는 대형 싱크홀이다. 강북 구는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하천 제방이 유실됐고 그 바람에 도로 밑 토사가 유실되면서 땅꺼짐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구에서도 다수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신영동 삼거리 근처 도로에서 동시에 5곳의 싱크홀이 발생했으며 깊이와 지름은 30㎝에서 1.5m까지 모두 달랐다. 구는 땅꺼짐 3곳을 임시 복구했고 나머지 2곳은 복구 중이다. 하수관 역류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해당 도로는 현재 통제되고 있다.
하수가 역류하면서 맨홀이 솟구친 곳도 있다. 목격자에 따르면 지진이 나서 흔들리는 것처럼 아스팔트가 부풀어 오르더니 물길이 분수처럼 확 솟았다. 같은 종로구였다.
반지하 가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은 산사태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홍수 발생 시 인명 피해가 반지하 가구에 집중된다. 2022년 8월에도 서울 관악구에서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이 고립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자치구는 반지하 침수와 그로 인한 인명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침수예보가 발령된 9개 구에서는 동행파트너가 집집마다 출동했다. 동행파트너는 일종의 침수피해 예상가구 전담 공무원으로 홍수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가구별 담당을 정하고 이동 대피 경보 등을 돕는 체계다.
하지만 반지하 주택의 절대 규모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3만7619호였던 서울의 반지하 주택은 2025년 5월 기준 약 21만9876호로 줄었다. 3년간 약 1만8000호가 감소했지만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22만 가구가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땅꺼짐, 비 그쳐도 방심 금물 = 전문가들은 지하 안전 문제와 관련해 폭우가 그친 뒤를 더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비로 크고 작은 다수의 땅꺼짐이 발생한 종로처럼 도시계획이 진행된지 오래된 곳일수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하안전학계 관계자는 “도로와 도로 밑 토사들이 빗물을 잔뜩 머금고 있을 수 있다”며 “지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하수관 문제 등으로 흘러 나온 물과 젖은 토사가 만나면 땅꺼짐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폭염과 연이은 폭우가 땅꺼짐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폭염으로 도로 경도가 약화된 상태에서 지반까지 흐물거리니 더 약해지는 것”이라며 “폭우가 그쳤다고 방심하고 지하 상황에 손을 놓으면 도심 곳곳, 특히 서울 북부지역에 다량의 싱크홀 사고가 생겨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 안전을 강화할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며 그 일환으로 하수관 전수조사에도 착수했다”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빠르게 분석, 복구하고 원인을 찾아내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