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되찾은지 80년, 아직 ‘어둠’에 머문 법안들
독립유공자 후손,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등
법안 발의돼 있지만 정치권 무관심 속 ‘방치’
오는 15일은 광복 80주년이다. 일제로부터 주권을 회복한 지 8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역사적 과제들이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새롭게 확인되면서 가리고 잊혀졌던 역사가 드러나면서다. 새로운 과거가 ‘발굴’될 때마다 국회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법안들이 제출되고 있지만 여야 정쟁 속 무관심에 법안들은 논의 단계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몇년 전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1855~1934)의 직계후손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사후 88년 만에 확인되면서 해외 거주 중인 독립유공자 후손의 국내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뒷받침할 법안은 이미 제출돼 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할 때 자녀와 손자녀까지 모두 사망한 경우에는 증·고손자녀를 손자녀로 간주하도록 하고, 또 해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의 증·고손자녀가 특별귀화를 통해 국내에서 정착할 경우 이들의 신속한 국내 적응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독립유공자 유족의 위탁진료 연령 기준을 만 75세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낮추고, 의료비 감면율을 60%에서 90%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생존 애국지사는 강태선 김영관 오성규 이석규 이하전 5명으로, 독립운동가와 유족에 대한 지원을 신속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회부만 된 채 법안 상정 단계까지도 가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14일 박용갑 의원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은 매우 뜻깊은 해”라며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피땀 흘려 투쟁하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합당한 예우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당연한 의무로, 관련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복 직후 귀국하려던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들을 태운 채 침몰한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호’ 승선 명단이 최근 확인되면서 강제징용 진상조사와 피해자 지원 문제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 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된 이후 강제동원 관련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승계됐다.
다만 ‘우키시마호’처럼 승선 명단이 공개되는 등 새로운 자료가 확보됐을 경우 진상 재조사 및 유족 지원 등의 업무를 뒷받침할 법적근거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과 한정애 의원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윤 의원 안은 위원회를 재구성하지 않고 기존 위원회의 소관 사무를 승계한 행안부 장관이 위원회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반면, 한 의원 안은 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지원 대상을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으로 넓혔다. 이 두 법안은 지난해 9월과 10월에 각각 제출된 후 상임위에 안건 상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가기관 이름에 남아 있는 일본식 표현을 청산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제일’이나 ‘중앙’이라는 단어는 서열이나 방위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일본식 표현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인만 사용하는 장소와 한국인도 사용하는 장소를 구분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을 ‘국립대한민국박물관’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을 ‘국립대한민국도서관’으로 변경하자는 법안을 지난해 8월 발의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