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독일과 일본의 사과에서 배우는 교훈

2025-08-18 13:00:04 게재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 사과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한쪽은 철저한 반성과 책임으로 국제적 신뢰를 얻었고, 다른 한쪽은 모호한 태도로 끊임없는 논란을 자초했다. 과오에 대한 지도자의 태도는 한 공동체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일은 ‘뉘른베르크 재판’을 통해 전범들의 책임을 분명히 물었고, 나치즘 찬양을 법으로 금지하며 역사 교육을 강화했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의 ‘바르샤바의 무릎 꿇기’ 같은 상징적인 행동은 진심어린 사과가 무엇인지 세계에 각인시켰다. 40여년이 지난 2013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유대인 수용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과거사에 대한 일관된 태도는 독일이 유럽 내에서 통합을 주도하는 힘이 됐다.

반면 일본의 경우 도쿄 전범재판에서 최고 책임자인 히로히토 천황은 처벌을 면했고, 전쟁 지도층은 전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했다.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며 사과를 표명했지만 이후 들어선 총리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시도 등이 반복되면서 과거에 했던 사과의 진정성마저 떨어뜨렸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과 주변국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발판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지 그 반대의 길을 갈지 기로에 서있는 공동체가 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이다.

이달 말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은 불법계엄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후보는 대선 후보 시절 “계엄으로 경제를 어렵게 만들어 죄송하다”며 유세 때마다 큰절을 올렸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계엄으로 다친 사람도 죽은 사람도 없다”며 말을 바꿨다. 탄핵 반대파들이 강성 지지층을 향한 립서비스에 치중하는 동안 건강하고 상식적인 야당을 원하는 보수 지지자들은 떠나가고 있다.

지난 15일 갤럽이 발표한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2%에 불과했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30%대를 유지했던 지지율이 지난달에는 10%대까지 내려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밝힌 데 따르면 지난 8월 5~6일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비상계엄 관련 국민의힘의 반성과 사과가 충분했다’고 응답한 국민은 23%에 불과했다. 70대 이상에서도 26%에 그쳤다. 국민의힘이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내란세력과의 절연’과 ‘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진솔한 태도는 단순히 책임의 문제를 넘어 현재의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요소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는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박소원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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