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출보조금, 가계부채에 불지르나?
소비촉진 위해 이자 보조
부채 부담에 실효성 논란
중국 정부가 소비 부진과 장기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대출 이자를 일부 보전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많은 중산층과 자영업자들은 이미 부채의 늪에 빠져 있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가계부채는 GDP 대비 60%를 넘어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부채의 65%가 주택담보대출이지만, 모바일 플랫폼 확산 이후 소액 온라인대출 이용도 급증했다.
상하이의 30대 여성 리리 씨는 스타트업 근무 중 회사의 급여 미지급 사태로 3만위안(약 590만원)의 온라인 부채를 졌고, 동갑 친구 딩딩 씨 역시 교육사업 실패 후 100만위안(약 1억4000만원)의 빚을 감당해야 했다.
항저우의 교육업 창업가 바이 씨는 사업 확장 직후 팬데믹과 ‘사교육 금지’ 정책 타격을 동시에 받으며, 개인 보증으로 받은 800만위안(약 11억2000만원)의 대출을 떠안았다. 일부 채무는 국가은행이 재조정했지만, 온라인대출 부문은 불법·과격한 추심에 시달렸다.
중국에는 전국 단위 개인파산 제도가 없어 채무자들이 법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번에 재정부가 주도한 새 정책은 최대 5만위안(약 700만원) 규모의 소비대출에 대해 연 1%포인트의 금리를 보조한다. 정부가 보조금의 90%, 지방정부가 10%를 부담하며, 식당·관광업 등 서비스업 대출에도 최대 100만위안(약 1억4000만원)까지 1%포인트 인하를 적용한다. 가전·차량 등 내구재 구매와 ‘구형제품 교체’에도 혜택이 연계된다.
정책 목표는 서비스 소비 촉진과 고용 유지지만, ING의 송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액대출 중심이라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핵심은 가계 신뢰 회복”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의 소비는 전반적으로 신용 의존도가 높지 않고, 가계저축률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 소득 불안, 정책 리스크 등으로 가계의 미래소득 기대가 낮아진 상태에서 단기금리 보조만으로는 소비 확대가 쉽지 않다. 특히 이미 부채상환 압박을 받는 계층에는 추가 차입 유인이 제한적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제하오 천 연구원과 제임스 마일스 기자는 전국 단위 개인파산제 도입, 불법 추심 근절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저축동기 완화, 민간 부문의 안정적 소득 창출 여건 조성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채에 짓눌린 중산층이 다시 소비와 투자 주체로 나서지 않는 한,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중국 내수 회복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