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시티 장악 중단하라” 이스라엘서 대규모 시위
텔아비브에 30만명 운집
네타냐후, 종전요구 일축
이스라엘 전역에서 내각의 가자시티 장악 군사작전 방침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와이넷 등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 등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10월협의회’, 인질·실종자가족포럼 등 단체는 이날 오전 6시 29분을 기해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주말 뒤 첫 평일인 이날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잇는 1번국도 등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차로 위에 타이어를 쌓은 뒤 불을 피우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론 더머 전략담당장관, 요아브 키시 교육장관, 니르 바르카트 경제산업장관 등 주요 각료들의 자택 앞에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관저로 향하던 중 경찰에 막혀 경찰에 되돌아가기도 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은 이날 고속도로 점거 농성을 벌이는 이들에게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도했고 전국적으로 총 39명을 체포했다.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22개월간 휴전 촉구 시위의 중심지가 된 텔아비브 ‘인질광장’에도 낮부터 저녁까지 많은 인파가 몰렸다.시민들은 하마스 공격에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상징하는 빈 유모차에 ‘어머니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쓰인 노란색 팻말을 내걸고 전쟁 종식을 호소했다. 이스라엘 출신 유명 배우 갈 가도트(40)도 이날 인질광장을 찾아 가족들을 끌어안고 위로했다.
저녁 무렵 인질광장으로 향하는 행진에는 30만명 넘는 인파가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최측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마탄 잔가우커의 새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이 입수한 이 영상은 몇달 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면 속에서 잔가우커는 “계속 소리를 내 달라”며 “곧 어머니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는 포괄적 합의나 전쟁 종식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했다.
이같은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정부 회의에서 “오늘 하마스를 격퇴하지 않은 채 전쟁을 종식하자고 요구하는 이들은 하마스의 입장을 강화할 뿐”이라며 가자시티 장악 계획에 대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그러면서 “인질 석방을 앞당기고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에 더는 위협이 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하마스를 무찔러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지난주 안보내각이 내린 결정이며, 우리는 이를 실행할 것을 결의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