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혁신기업인 열전 ⑨ 김창일 아이지 대표
외산 일색 기술교육장비 국산화…국내시장 1위 등극
스마트팩토리부터 반도체까지 … 실습장비·학습콘텐츠 개발
직원 65% 연구개발 인력 … 세계 최초 ‘DX 라벨러’ 상용화
ODA·대기업 해외교육센터 운영 … 임직원 회사지분 35%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세계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에 고환율,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기업인들의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세계는 디지털대전환기를 맞았다. 인공지능(AI)기술은 우리네 삶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공장도 AI를 적용한 덕에 자동화를 넘어 똑똑해지고 있다. 글로벌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스마트팩토리(지능화된 공장) 구축에 힘을 쏟는다.
이제 스마트팩토리는 제조업의 성공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은 디지털 파고를 타야한다. 근데 걱정이다. 디지털속도에 비해 인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인력미스매칭이다. 스마트공장은 AI와 로봇, 사물인터넷(IoT), 제어장치, 운영 어플리케이션 등 고기술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공정별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첨단시스템이 연결돼 있다. 운영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절대 필요한 이유다.
중소벤처기업이 스마트공장 인력 미스매칭 해결사로 나섰다. 국내 테크에듀(Tech-Edu, 기술교육) 개척자로 불리는 아이지(대표 김창일)다.
◆HW SW 경쟁력 갖춰 = “과거에는 작업자의 생산성 향상이 관심사였다. 지금은 스마트팩토리 운영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김창일 아이지 대표를 만났다. 그의 첫마디는 ‘스마트공장 기술교육의 중요성’이다.
아이지는 기술교육 전문기업이다. 반도체 스마트공장 로봇 자동제어 등 첨단기술 제조공정 실무교육용 장비와 시스템, 교육콘텐츠를 현장에 맞춰 자체개발한다. 대학 기술교육원 공공훈련센터 등에 최적화된 장비를 공급하며 스마트공장 인력양성을 선도하고 있다. 주요사업은 △첨단기술교육 △스마트팩토리구축 △기술개발 △소프트웨어(SW)개발 △공적개발원조(ODA) 등이다. 이 분야 국내시장 점유율 1위다. 지난해 62명의 직원이 매출 237억원을 올렸다. 현재(7월 기준) 직원 75명 중 기술인력이 65%에 이른다. 2013년 기술혁신형중소기업(이노비즈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아이지는 하드웨어(HW) 제작역량과 SW 기술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대표장비로는 반도체공정 실습장비(SCM)가 있다. SCM은 온도 압력 진공 펌프 유량제어시스템이 탑재된 복합제어장비다. △스핀코터(반도체 웨이퍼 위에 균일하게 코팅층을 형성하는 장비) △디벨로퍼(웨이퍼 위에 코팅된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하는 장비) △반도체 유지보수 실습장비 등이 포함돼 있다.
SCM 장비는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한 고등학교와 대학, 특성화교육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장비에 버금갈 정도로 고사양”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공정 실습장비 자체 개발 = 스마트팩토리 교육을 위한 제조실행시스템(MES),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콘텐츠, 디지털트윈 기반 교육용 SW도 자체개발했다. 현재 다양한 교육기관과 공공훈련센터, 기업 내 교육에서 현장밀착형 디지털역량 강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SW는 산업현장 공정흐름과 설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 자동화장비나 교육장비와 실시간 연동한 가상훈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지는 스마트팩토리 고속자동 라벨(상표)부착시스템 ‘DX라벨러’(Labeler)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장비는 MES 등 생산 계획과 실시간 연동해 제품별 정보를 자동인쇄해 부착한다. 다품종 소량생산과 고속생산라인, 자동화 포장라인 등에 최적화됐다. 현재 LG전자 폴란드공장, 오스템 대구공장 등에 설치됐다. 유럽 수출상담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DX라벨러는 수작업이거나 반자동으로 이뤄졌던 교제작업을 완전 자동화시킨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며 “향후 아이지의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지는 중소기업 전용모델 개발에도 착수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초기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내년 초까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진출도 시작했다. 자체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실습 장비와 DX 콘텐츠를 동남아 중동 유럽 등 해외 교육기관과 기업에 수출했다.
ODA사업과 연계해 해외기관에 기술교육을 전수하고 있다. 케냐고등과학기술원(AIST)에 교육장비공급과 기술이전을 지원했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국제기술대와 반도체 분야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도 직업기술교육 역량강화 협력사업 협의 중이다.
◆대표가 연구소장 맡아 = 아이지의 기술경쟁력 중심에는 김창일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소위 공돌이다. 기계공고를 졸업하고 공업전문대를 나왔다. 첫 직장에서 전무이사까지 올랐던 그는 동료 5명과 함께 2009년 독립했다. 과학기술의 변화를 읽은 그는 첨단신기술교육에 집중했다. 당시 첨단기술분야는 외국산이 장악한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외산장비의 국산화에 매진했다. 기술력을 알아본 삼성전자 기술연구소가 무선센서모듈제조시스템 등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교육장비를 주문했다. 이는 회사성장의 마중물이 됐다.
중소벤처기업으로 기술인력난 해법이 독특하다. 공고와 전문대 졸업생을 채용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사내에서는 선배 기술자들이 교사로 도움을 준다. 산업기능요원 편입을 통해 교육과정과 병역의무를 동시에 해결했다.
“회사는 소유하는 게 아니다.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공간이다.“ 김 대표의 회사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 현재 임직원이 회사주식 35%를 보유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