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재건축, 서울 주택공급 ‘핵심카드’ 부상

2025-08-18 13:00:04 게재

재건축 규모, 남양주 3기 신도시 수준

14개 단지, 올해안 구역지정까지 완료

목동 재건축이 서울 주택공급 활로를 개척할 핵심카드로 부상하고 있다.18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주택공급 물량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 보다 먼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책을 연일 내놓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죽기 살기로 주택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며 관련 행보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광진구 자양4동 재개발 현장, 24일 중구 신당9구역, 30일 목동6단지를 잇달아 방문했고 용산에선 정비사업 아카데미에 직접 강사로 나섰다.

◆주민 협조·공공지원 협력 ‘척척’ = 하지만 공급 물량 확보는 말처럼 쉽지 않다. 공사비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시공사는 사업을 미루고 공공임대주택을 둘러싼 시와 주민 간 힘겨루기도 발목을 잡는다.

시가 5년내 40만호 주택건설을 장담하고 내년 6월까지 총 31만2000호를 지을 수 있는 규모로 정비구역 지정을 하겠다고 공언하고도 전전긍긍하는 원인이 여기 있다.

올해 5월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목동6단지 전경. 재건축 이후 현재 1362세대에서 2173세대 대단지로 변모한다. 사진 양천구 제공

목동재건축이 서울시 주택공급 열쇠로 꼽히는 이유는 유난히 빠르게 진행되는 사업 추진 속도에 있다. 올해 안에 목동 14개 단지가 구역지정을 완료하고 사업 본궤도에 오를 예정이다. 일부 단지들은 조합설립인가까지 마쳤으며 사업시행자 선정을 앞둔 곳도 2곳이나 된다.

목동재건축이 주목받는 또다른 배경은 사업 규모다. 양천구와 서울시에 따르면 목동 14개 단지는 계획대로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4만7470세대 초대형 지구로 변모한다. 서울시가 2030년까지 확보하겠다는 40만호 의 1/10에 해당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4만7500호는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큰 남양주 왕숙지구(5만2000호)에 맞먹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목동재건축이 이례적으로 속도가 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양천구와 주민 간 협력을 꼽는다. 구가 제시한 개발사업 구상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했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시가 제안한 공공기여 방안도 강남권 대단지들과 달리 빠르게 수용했다. 목동재건축의 발목을 잡았던 종상향 문제가 이 과정에서 해결됐고 지역의 녹지축 지도를 뒤바꿀 ‘목동 그린웨이’ 구상도 수립됐다.

구청장의 경험과 추진 의지는 꼬인 실타래를 푸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도시공학 박사인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서울시 문을 두드렸고 주민의견 조정을 위해 현장을 뛰어 다녔다. 이 구청장과 일해본 경험이 있는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 경험이 풍부한데다 서울시, 국토부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고 필요하면 국·과장은 물론 주무관까지 직접 만나는 등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당초 목동재건축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국제항공기구(ICAO) 고도제한 규정 개정은 되레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바뀐 규정이 2030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비사업 갈등의 핵심축인 조합과 비대위 간 다툼이 물밑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싸움을 계속하다 사업 기간이 늦춰지면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에 구와 서울시 제안을 빠르게 수용하고 노인데이케어 시설 등 공공기여 관련 협의도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목동6단지 전경. 재건축 이후 현재 1362세대에서 2173세대 대단지로 변모한다. 사진 양천구 제공

정비업계 관계자는 “목동이 강북은 물론 서울 주택공급 대책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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