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부 실책 부각’ 입법으로 대응
관세 협상 ‘실패한 협상’으로 규정
무보 지원, 세제 특례 등 선제적 입법
“K-스틸법, 한국형 IRA법도 추진”
국민의힘은 오는 21일 예정된 여당의 쟁점 법안 처리에 맞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소수의석에 민심마저 등돌린 상황에서 여당의 ‘살라미 전술’을 뛰어넘을 만한 방안을 찾기 힘든 형편이다. 단순 비판만으로는 대여 공세 효과가 떨어지고 민심을 얻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정책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려 애쓰고 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을 ‘실패한 협상’으로 규정하고, 새롭게 관세를 적용받게 된 산업 지원을 위한 법안들을 발빠르게 내놓으며 국면 전환을 시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한길 논란’ 등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의 부족한 ‘자정 능력’을 상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펀드 조성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하는 세제 혜택 법안을 발의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투자와 관련해 한국무역보험공사와 같은 수출지원기관의 대규모 보증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민간기업의 자발적 무역보험기금에 대한 출연을 유도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 주력산업 지원을 촉진하기 위해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하는 내국법인에 대해 출연금의 10%에 상당하는 세액공제를 제공하자는 것.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통상 환경에서 겪는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직접투자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으로 본다”면서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하는 보증이 대출보다 많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됐던 자동차도 이번 협상으로 관세 15%를 적용받게 되자 자동차업계를 지원할 법안도 내놓았다.
지난 14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자동차 부품 관세 인상 등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 부담을 상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내수시장 활성화와 국내 생산기반 투자에 대한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며 자동차 소비 진작을 위한 세제 혜택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조 의원은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확산과 국내 자동차 산업기반 보호를 위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냈다. 법안에는 2026년 12월 31일까지인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특례의 일몰기한을 2030년 12월 31일까지 4년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 6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미 협상이 ‘실패한 협상’이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울산 현대자동차를 찾기도 했다.
관세 협상으로 관련 업계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K-스틸법과 한국형 IRA법(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지난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50% 고율 관세를 부과받게 된 철강 산업의 경우 저탄소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과 생산설비확충에 따른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명 K-스틸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또한 데스밸리 구간에 있는 2차 전지, 인공지능, 미래형 운송수단 등 국가 전략기술산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 소위 한국형 IRA법을 당론으로 추진함으로써 세제 혜택확대, 직접 보조금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